[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담철곤
오리온(001800) 회장이 잇단 고발 사건으로 또 다시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최근 처형인 이혜경 전 동양그룹 부회장으로부터 상속 재산 횡령 혐의로 고소 당한 데 이어 시민단체까지 담 회장의 미술품 횡령 혐의를 주장하며 고발을 예고하고 나섰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약탈경제반대행동과 예술인소셜유니온 등 시민단체들은 회사 소장 미술품을 횡령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담철곤 회장을 검찰에 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발장은 오는 30일 서울중앙지검에 접수할 예정이다.
이들 시민단체는 고발장에서 "담 회장이 그룹 소유의 소장 미술품인 2점을 횡령했다"고 주장했다. 담 회장이 미술품 진품을 임의 반출하고 모조품을 입고하는 방식과, 오리온 모 계열사로부터 임차해 이화경 부회장 사무실에 걸어놓은 것을 성북동 자택으로 빼돌린 방식으로 횡령을 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홍성준 약탈경제반대행동 사무처장은 "오는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담 회장에 대한 고발장을 서울중앙지검에 접수할 것"이라며 "고발장 접수에 이어 오리온 그룹 내부 임직원들의 양심선언이 4월 초에 이어질 예정"이라고 했다.
이에 앞서 담 회장은 미술품 횡령 혐의로 한 차례 홍역을 치룬바 있다. 담 회장은 2011년 검찰 조사에서 해외 유명작가의 미술품 10여 점을 법인자금 140억원으로 사들여 자택에 걸어둔 것이 드러나 횡령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항소심을 거쳐 대법원으로부터 징역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아 풀려났다.
미술품과 관련해 또 다시 불거진 이번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담 회장의 '삐뚤어진 미술품 사랑'이 또 다시 도마위에 오를 전망이다.
권혁빈 예술인소셜유니온 운영위원은 "두 작품이 빼돌려진 2014년부터 2015년까지는 자매회사인 동양그룹이 미술품을 빼돌린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시기였다"며 "이 와중에도 미술품을 세탁하는 '대범함'을 보여준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오리온측은 "이미 담 회장이 미술품과 관련된 문제로 유죄 판결을 받았던 경험이 있는만큼 그 이후에는 철저하고 투명하게 관리하고 있다"며 해당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일각에선 아직도 가시지 않은 '동양그룹 사태'의 그림자가 이 같은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혜경 전 동양그룹 부회장이 동양 사태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 가운데 담 회장이 구설수에 오르는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채무에 시달리던 이혜경 전 동양그룹 부회장이 담 회장을 상속재산 횡령 혐의로 고소한 것도 이 같은 관측에 무게를 실어준다.
이달 초 이 전 부회장은 담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이 전 부회장이 담 회장을 고소한 것은 선친인 고(故) 이양구 동양그룹 회장으로부터 상속받았어야 할 재산을 담 회장이 부당하게 가로챘다는 이유다.
이 전 부회장 측은 고소장에서 "원래 나의 몫으로 돌아가야 할 포장지 전문 업체 아이팩의 주식을 담 회장이 본인 명의로 전환해 상속재산을 횡령했다"고 주장했다.
이 전 부회장은 동생이 이화경 오리온 부회장이고, 그의 남편이 담 회장이다. 그런 그가 제부를 상대로 소송전에 나서자 업계 안팎에선 오리온 오너가의 '자매의 난'으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조심스런 관측도 나온다. 실제 이번 고소로 이혜경, 이화경 자매 관계도 돈 때문에 완전히 틀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전 부회장이 동생과 인연을 끊을 만큼 '아이팩' 주식에 목을 매는 이유는 동양 사태 수습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이 전 부회장은 동양 사태로 인한 거액의 채무를 지고 있으며 징역 2년을 선고받고 항소심을 진행 중이며 그동안 피해자들로부터 추가 고소가 이어지는 등 압박에 시달린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동생이 언니를 챙겨주지는 못할 망정 사지로 몰고 간다는 동정론도 일고 있다.
일각에선 이 전 부회장이 제부를 상대로 고소한 것과 시민단체들이 미술품 횡령 혐의를 또 다시 주장하고 나선 것을 두고 소송 방식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동양그룹 피해자들이 중심이 된 채권자들이 직·간접적으로 개입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편 아이팩은 동양그룹 창업자인 고 이양구 전 회장이 설립한 회사로 알려져 있다. 이 전 회장 사후에는 그의 처인 이관희 씨와 이혜경 전 부회장, 담 회장 처인 이화경 씨 등에게 주식 47% 상속했고 관리는 담 회장이 맡았다.
그러나 이 전 부회장측은 "아이팩 주식을 담 회장이 자신과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주식을 매각했다"며 "횡령한 돈은 최소 200억원에서 최대 1000억원에 이르고 이 돈을 돌려받으면 동양 피해자 변제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힌 상태다. 이에 대해 오리온 측은 "아이팩은 담 회장이 차명으로 지난 1988년부터 소유했던 기업"이라며 "이 전 부회장의 지분이 있다는 것은 일방적 주장"이라고 맞서고 있다.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