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2014년의 '지록위마(指鹿爲馬)'가 생각나는 이유

입력 : 2017-03-30 오전 6:00:00
중국 진(秦)나라 시절, 시황제를 섬기던 환관 가운데 조고는 시황제가 죽은 뒤 태자를 살해하고 어리고 무능력한 황제를 옹립했다. 그는 자신의 권력을 더욱 강화시키기 위해 충신들을 없애고자 마음 먹고 한 가지 꾀를 냈다. 사슴 한 마리를 데려다 놓고 황제에게 말이라고 말한 뒤 신하들 가운데 황제에게 사슴이라고 말하는 충신들을 가려내 모두 죽여버린 것이다. 이 것이 유명한 고사 '지록위마(指鹿爲馬)'다.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하는 것으로 윗사람을 농락하고 권세를 누리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고 진실과 거짓을 제멋대로 조작한다는 의미도 있다.
 
3년 전 세월호 참사를 보면서 국민들을 더욱 분노하고 슬프게 만들었던 것은 바로 정부의 대응과 본질을 흐리는 대처방식이었다. 오죽했으면 수많은 생명을 태운 배가 침몰하는 현장을 전 국민이 보고만 있어야 했고, 정확한 침몰 원인은 아직도 밝혀지지 않고 있다.
 
세월호가 침몰했던 지난 2014년 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가 바로 이 '지록위마'였다. 당시 교수들은 '수많은 사슴이 말로 바뀐 한 해', '온갖 거짓이 진실인 양 사회를 강타했다'고 평가했다.
 
그로부터 3년 뒤 지금, 국민들은 이제 세월호가 올라오는 모습을 생생히 지켜보고 있다. 침몰하던 세월호와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낸 세월호를 보면서 말 그대로 만감이 교차하는 국민들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슬프고 분노했던 만큼 미수습자 수습과 정확한 진실 규명에 목말라 있다.
 
하지만 정작 정부의 모습은 3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은 듯하다. 3년 전 국민들을 혼란케 했던 일들은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반잠수 선박 위에서 벌어진 '돼지 뼈' 헤프닝은 우왕좌왕 하는 정부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전원 구조'라는 섣불렀던 판단이 이제는 '미수습자 유골 추정'으로 이어졌을 뿐이다.
 
정부가 배수 작업에서 흘러 나올 수 있는 유류품과 유골에 대해 조금만 생각했었으면 미리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인력이 현장에 나와 있었을 것이다. '유골 추정 물체'의 발견 이후 정체가 밝혀지기까지 5시간, 그 동안 가슴 졸였을 미수습자 가족을 생각하면 정말 뼈 아픈 실수가 아닐 수 없다.
 
이뿐 아니다. 인양 준비와 과정도 헛점 투성이며, 정부와 인양단 사이 엇박자도 계속되고 있다. 세월호 인양 후 배수를 위한 천공(구멍을 뚫는 것)에 대해 해수부 장관이 '없다'라고 딱 잘라 말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인양 현장에서 들려온 소리는 '시험 삼아 4개를 뚫었다'였다. 
 
세월호 침몰한 뒤 사회가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안전불감증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고, 곳곳의 비리가 겉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정부의 대응만은 여전히 3년 전 '지록위마'를 계속해서 떠올리게 하고 있다.

이해곤 정경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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