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토마토 이해곤기자]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15일로 발효 5주년을 맞이한다. 정부는 발효 5년이 된 한·미 FTA의 공적을 자화자찬하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반면 정작 앞으로 5년에 대한 대비책 마련은 뒷전이다.
기획재정부는 14일 한·미 FTA의 성과를 상세 분석한 참고 자료를 배포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해양수산부, 농림축산식품부, 관세청 등 관계부처들도 '윈-윈' 효과를 가져온 한·미 FTA를 골자로 한 자료를 쏟아냈다. 최상목 기재부 1차관은 이날 한·미 FTA 수혜기업을 방문했고, 산업부는 15일 5주년 기념행사도 개최할 예정이다.
정부가 이같이 성과 홍보에 열을 올리는 것은 한·미 FTA가 발효 당시 우려와 달리 괄목할만한 성과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5년 사이 양국의 상품 교역은 8.8%가 증가했고, 미국과 한국 모두 서로의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였다. 특히 이 시기 세계경제가 침체되 한국과 미국 모두 교역량이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양국 사이의 교역량 증가는 한·미 FTA가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지난 5년의 성과가 계속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한·미 FTA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아무도 예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은 한·미 FTA가 미국에 막대한 적자를 가져왔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재협상 카드를 언제 꺼내들지 모르는 상황이다.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은 현지 시간으로 지난 7일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앞으로 몇 달 안에 나쁜 무역협정에 대해 재협상하겠다" 발표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FTA가 미국인들의 일자지를 빼앗아갔고, 이런 일은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지금 정부는 지난 5년 동안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 분석하기에 앞서 앞으로 변화하게 될 통상환경에 대한 대비책을 먼저 내놔야 한다. 지난 5년과 트럼프 정부와 상대할 앞으로 5년은 하늘과 땅 차이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무산됐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도 재협상의 도마 위에 올랐다. 정부는 미국측도 한·미 FTA의 성과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는 입장을 확인했다고 하지만 불확실성으로 대표되는 트럼프 시대에 말 그대로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한·미 FTA에 있어 중요한 것은 지난 5년이 아니라 앞으로 5년이다.
세종=이해곤 기자 pinvol197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