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미국)=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구원투수가 될 것인가, 신기루로 전락할 것인가'
미국과 영국에서 화려한 '스포트 라이트'를 받으며 29일(현지시간) 동시 공개된 삼성전자의 차기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 S8'은 상당한 기대감과 동시에 무거운 숙제도 함께 안고 탄생했다.
전작인 갤럭시노트7의 실패로 치명타를 입은 '품질 제일주의' 자존심 회복은 물론, 냉장고·세탁기·TV 등 향후 삼성전자가 확장할 인공지능(AI) 생태계의 핵심인 음성비서 '빅스비(Bixby)'의 시험대라는 부담도 동시에 해소해야 한다.
갤럭시노트7 단종과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열루된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회사의 명운이 걸렸다'는 비장함 마저 감도는 분위기다.
노트7이 불태운 스마트폰 1위 '명성'
삼성전자는 지난해 갤럭시노트7이 배터리 발화 사고로 사상 초유의 단종 사태를 겪으면서 심각한 위기에 봉착했다.
실제로 갤럭시노트7 단종 여파로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은 5조원 대로 추락했다. 무려 4조원 가량이 공중으로 증발한 셈이다.
특히 지난해 4분기에는 애플에 '세계 판매량 1위' 타이틀도 내줘야 하는 불명예도 감수해야 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의 전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은 7750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5% 감소했다. 반면, 애플은 7830만대를 판매하며 1년 전보다 5% 증가했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판매에서 선두 자리를 뺏긴 것은 지난 2012년 1분기 정상을 차지한 후 5년 만에 처음이다.
갤럭시노트7의 단종은 전략적 요충지인 북미 시장에서의 위상도 크게 떨어뜨렸다. SA가 집계한 지난해 글로벌 스마트폰 점유율을 보면 북미 시장에서 애플은 33%의 점유율로 1위를 기록했지만, 삼성전자는 25.9%에 그치면서 수세에 몰렸다.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비중도 올 1분기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1분기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출하액(매출) 비중은 29%에 그치면서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설상가상으로 이재용 부회장의 부재까지 겹치면서 사상 최악의 '내우외환'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픽/뉴스토마토.
"S8에 사활 걸었다"..대기 수요 기대감 고조
삼성전자는 갤럭시 S8이 이런 난국을 타개할 '구심점'이 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갤럭시 S8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추락한 기업 이미지와 소비자 신뢰를 한 번에 회복하겠다는 것.
삼성전자가 갤럭시S8 출시 전부터 각종 홍보 포스터와 티저영상 등을 잇따라 내보내며 잠재적 고객들의 시선을 끌고, 한 달 먼저 출시한 'LG G6' 공개일에는 갤럭시S8 공개를 예고하는 자료를 배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례적으로 실무 임원이 갤럭시S8 띄우기에 직접 나서기도 했다. 이인종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개발1실장(부사장은) 지난 21일 AI 음성비서 서비스 '빅스비'에 대한 기고문을 전 세계에 공개했다. 이 부사장은 갤럭시S8의 혁신 기능으로 꼽히는 빅스비에 대해 "인간이 기계를 배우는 게 아니라 인간에 맞추고 적응하는 기계"라며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올해 스마트폰 교체 수요가 상당하는 점도 고무적이다. 실제 시장조사기관 뉴주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 사용되고 있는 갤럭시 시리즈의 40%가 최신 모델(갤럭시S7 시리즈) 혹은 그 전작(갤럭시S6 시리즈)인 것으로 조사됐다. 갤럭시S 시리즈의 경우 갤럭시S8이 출시되는 시점을 기준으로 60%가 출시 후 2년이 넘은 구형모델이라는 얘기다.
갤럭시노트7 이후 대작들이 실종되고 노트7 실패가 오히려 갤럭시S8의 기대감을 고조시키면서 대기 수요가 상당히 많다는 분석이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의 로버타 코자 책임연구원은 "스마트폰 보급률이 90%가 넘는 성숙 시장에서 프리미엄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2.5년으로 확대됐다"며 "올해 스마트폰 시장 성장은 2.5년 이상 지난 구형폰 교체수요가 이끌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갤럭시S8이 삼성전자의 명운이 걸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면서 "갤럭시노트7 단종과 정치스캔들로 위기에 처한 삼성전자가 갤럭시S8로 소비자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욕(미국)=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