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식품업계 주요 기업 등기임원 연봉이 공개된 가운데
CJ제일제당(097950)을 제외하곤 대부분 오너일가가 연봉 상위권을 독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전문경영인들은 10억 연봉을 밑돌며 고액 연봉을 두둑히 챙긴 오너가와 대비되는 모습을 보였다.
2일, 주요 식품기업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연봉공개 대상 기준인 5억원 이상 보수를 받은 등기임원은 16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오너일가를 제외한 전문경영인은 9명이었지만 10억 이상의 연봉을 수령한 이는 3명에 불과했다.
식품업계 '연봉킹'은 손경식 CJ그룹 회장이었다. 김철하 대표이사와 공동으로 CJ제일제당 대표이사를 겸하고 있는 손 회장은 롯데그룹과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유통업체 대표를 제치고 유통·식품업계 연봉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손 회장은 지난해 CJ제일제당에서 급여 29억2600만원, 상여 52억8300만원 등 82억1000만원을 보수로 받아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2015년에도 80억9500만원을 보수로 받은 바 있는 손 회장은 2년 연속 업계 최고 연봉자에 올랐다. 그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수감된 기간동안 경영공백을 최소화하고, 그룹이 안정적으로 성장하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의 사위인 신정훈 해태제과 대표이사는 지난해 20억5600만원을 보수로 받으며 업계 내 오너일가 중 '연봉킹'에 올랐다. 신 대표는 지난해 급여 15억억3220만원, 상여 5억2390만원, 기타 근로소득 60만원을 수령했다. 윤 회장의 장남 윤석빈 크라운제과 대표도 7억1000만원을 수령했으며, 전문경영인인 장완수 공동대표도 7억300만원을 수령했다.
일각에선 해태제과 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이 동종업계 내 최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회사 수익이 사위와 장남 등에 집중돼 오너일가와 임직원의 소득 불균형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지적도 흘러나온다.
식품업계 연봉 3위는 CJ제일제당의 김철하 대표이사에게 돌아갔다. 김 대표는 지난해 19억8900만원을 보수로 받아 손경식 회장과 더불어 전문경영인 중 몇 안되는 고액 연봉자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업계에선 CJ제일제당이 지난해 9조원에 육박하는 연매출을 기록하는 등 두자릿 수 실적 성장의 경영 목표를 달성한데다 회사의 핵심역량을 구축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한 점이 CEO들의 고액 상여금 반영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올해를 끝으로 경영에서 물러나는 풀무원의 오너 남승우 총괄사장은 지난해 18억2400만원을 보수로 받았다. 9억원은 급여였고, 나머지 9억원은 상여였다. 풀무원 최대주주인 남 사장은 지난해에도 24억원의 보수를 받으며, 매년 업계 최고수준의 대우를 받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롯데제과 등기이사 명목으로 17억5000만원을 받았다. 반면 롯데제과의 실질적 수장이자 전문경영인인 김용수 롯데제과 대표는 지난해 6억5600만원을 받아 대조를 이뤘다. 또한 지난해 롯데제과 등기임원직을 상실한 신격호 총괄회장은 연봉 수령 대상자에서 제외됐다.
농심도 오너가 부자지간이 20억원을 웃도는 연봉을 수령했다. 지난해 신춘호 농심 회장은 12억1100만원을, 장남 신동원 부회장은 9억1400만원을 각각 수령했다. 같은 기간 전문경영인인 박준 부회장 보수는 7억3600만원이었다. 이밖에도 오뚜기 오너가 2세인 함영준 회장은 지난해 12억1100만원을 받았으며, 전문경영인인 이강훈 대표 보수는 9억7600만원을 수령했다.
이 밖에 허인철 오리온 부회장이 11억8300만원, 이재혁 롯데칠성음료 대표이사가 7억3500만원, 박성칠 동원F&B 고문이 6억900만원 등을 받아 식품업계에서 고액 연봉자로 이름을 올렸다.
업계 관계자는 "식품업계는 타 업종에 비해 보수적인 오너 경영 문화가 짙어 연봉 대우만 봐도 결국 무늬만 전문경영인 체제인 곳이 많다"며 "CJ제일제당과 같이 확실한 전문경영인 체제 속에 실적 성장이 동반된 기업들과 그 속의 비오너 경영인이 최고 연봉 대우를 받는 사례들이 더 늘어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식품업계 연봉킹에 오른 손경식 CJ제일제당 대표이사(왼쪽)와 업계 오너가 중 가장 많은 연봉을 받은 신정훈 해태제과 대표. 사진/ 각 사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