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 가격 내렸는데…제지사, 골판지 원지에 반영 안해

입력 : 2017-04-04 오후 4:34:52
[뉴스토마토 임효정 기자] 국내 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중국 폐지가격이 지난달 중순 급락했지만 제지사들은 여전히 폐지가격 상승을 요인으로 들먹이며 원지 가격을 내리지 않고 있다. 폐지가격 인상을 원지가격에 빠르게 반영하는 것과 달리 하락 때는 요지부동인 제지사의 행태가 장기화되면서 골판지 생산업체들이 벼량 끝으로 몰리고 있다. 
 
4일 업계 등에 따르면 올해 들어 골판지 원지 가격이 급격히 상승했다. 한국골판지포장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올 2월 기준 원지가격은 지난해 3월 대비 39.3% 인상된 수준에 이른다. 제지사들은 원지가격을 올리며 그 이유로 대중국 수출 폐지량의 급증과 이에 따른 폐지 가격 인상을 내세웠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환경개선을 위해 중소규모의 제지산업을 폐쇄했고, 이에 따라 공급량이 줄면서 단기간 내 원지가격이 40% 이상 폭등하기도 했다. 골판지는 원지(이면지·표면지·골심지)를 공급 받아 생산되며 원지에서 폐지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60~70%를 차지한다. 결국 폐지 가격이 원지와 골판지, 상자에 까지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문제는 인상된 원지 가격이 내려올 때는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달부터 폐지 가격은 가파르게 내려가고 있다. 그동안 급격한 가격인상으로 인해 수요가 감소하고 중국 제지사의 재고가 넘쳐난 것이 원인이다. 이에 따라 지난달 초 중국 내 원지와 폐지 가격은 15% 이상 폭락했다.
국제폐지전문정보지에 따르면 중국 내 5개 지역 평균 폐지 유통가격은 지난해 12월 1톤당 1500위안에서 올 3월초 1770위안까지 치솟았다. 이후 다시 하락세로 돌아서더니 지난 3일 기준 1200위안까지 떨어졌다. 이에 따라 국내 폐지가격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통상적으로 국제 폐지 가격과 내수 가격 간 상승과 하락 폭이 비슷한 추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원지가격은 내려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부터 하락한 폐지가격과 무관하게 골판지포장업계는 지난 2월 원지가격 인상분을 지난달 10일부터 반영하고 있다. 폐지 가격을 반영하기까지 시차가 발생할 수 없다는 게 제지사의 입장이다. 업계는 폐지 가격 하락에 따른 원지 가격 조정은 적게는 6개월에서 많게는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골판지포장업계 관계자는 "제지사들이 제지공장 화재, 폐지 가격 인상 등 악재가 있을때는 원지가격에 즉각 반영하고 있지만 원지 가격 하락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며 "이에 비해 원지 가격을 골판지에 반영하는 것은 좀처럼 어려워 업계 사정은 날로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임효정 기자 em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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