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사시폐지 조항 5대 4로 합헌 결정(종합)

합헌 의견 "사법개혁 결과물…폐지 공익이 더 커"
위헌 의견 "경제적 약자 직업의 자유·평등권 침해"

입력 : 2016-09-29 오후 5:06:47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사법시험법을 폐지하도록 규정한 변호사시험법 부칙 2조는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이에 따라 오는 2017년 12월31일자로 사법시험은 폐지된다. 1963년 이후 54년간 법조인들을 배출해온 역사도 종지부를 찍게 됐다. 사법시험 존치 논란도 폐지 쪽으로 힘을 받을 전망이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29일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모임’ 회원 등 109명이 “사법시험법을 폐지하도록 규정한 변호사시험법 부칙 2조는 직업 선택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며 낸 헌법소원심판 청구 사건에서 재판관 5대 4 의견으로 합헌으로 판단, 청구를 기각했다.
 
합헌 : 사법개혁에 합당
 
재판부는 “심판대상 조항은 법학교육을 정상화 하고 국제 경쟁력을 갖춘 법조인을 양성한다는 사법개혁을 목표로 하고 있어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 되고, 사법시험제도를 폐지하고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과 변호사시험제도를 도입하기로 한 것은 입법부와 사법부, 행정부, 법조계, 법학계 및 시민단체 등 거의 모든 이해관계인이 참여해 오랜 논의를 거쳐 도출해 낸 사법개혁의 결과물”이라며 “로스쿨제도와 변호사시험제도를 도입한 이상 사법시험제도를 병행 유지하는 것은 입법목적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또 “일부 로스쿨에서 입학전형의 불공정이나 교육과정의 부실 등이 지적됐지만 지금은 로스쿨제도가 도입 취지에 맞게 제대로 운영되고 정착될 수 있도록 힘을 모으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로스쿨이 제 기능을 다 하지 못한다면 새로운 제도 개혁이 있어야 하겠지만, 현 시점에서 로스쿨제도가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합헌 : 사시 병행보다 폐지 공익이 더 커
 
이어 “사법시험법을 폐지한다는 심판대상 조항이 제정된 이후로는 사법시험이 존치될 것이라는 신뢰이익이 변경 또는 소멸된 점, 로스쿨 도입과 함께 사법시험 준비자들을 위해 2017년까지 8년이라는 유예기간을 둔 점, 심판대상 조항 때문에 청구인들이 받게 되는 불이익 보다는 사법시험법을 폐지하고 로스쿨을 도입함으로써 교육을 통한 법조인을 양성하려는 심판대상조항이 추구하는 공익이 더 큰 점 등을 종합하면 심판대상 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에 대해 조용호 재판관은 사법시험법 폐지 조항이 직업선택의 자유와 공무담임권을 침해해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조 재판관은 “사법시험제도는 사법연수원과 연계해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최고 수준의 교육이 충실하게 이루어져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이라는 목적에 적합한 제도”라며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은 사법시험 폐지 또는 로스쿨도입을 위한 피상적인 명분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위헌 : 로스쿨제도는 사시제도 못 따라와
 
또 “로스쿨제도를 통해 양성되는 법조인이 사법시험제도를 통해 선발된 법조인보다 경쟁력 있고 우수하다고 볼 아무런 근거가 없고, 출신 계층 또는 가치관의 다양성 등과 관련해서는 로스쿨제도가 사법시험제도를 따라오지 못한다”며 “게다가 로스쿨은 필연적으로 고비용 구조를 가질 수밖에 없어 특별전형제도, 장학금제도만으로는 고액의 등록금을 해결하기에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고, 입학전형의 불공정, 학사관리의 부실 등으로 공정성에 대한 신뢰의 상실을 초래한다”고 밝혔다.
 
이어 “심판대상조항은 직업선택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제한을 가져오므로 엄격한 심사기준에 따라 차별취급의 목적과 수단 사이에 엄격한 비례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며 “그런데 심판대상조항은 입법목적과 수단 사이에 비례성을 갖추지 못해 로스쿨에 진학할 경제적 능력이 없는 청구인들의 평등권도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이진성, 김창종, 안창호 재판관도 위헌 의견을 냈다. 이 재판관 등은 “사법시험이 폐지된 이후 로스쿨에 진학하지 않으면 법조인이 될 수 없는 현재의 로스쿨제도 아래에서, 사법시험제도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완화된 수단이 존재하는데도 사법시험법을 폐지함으로써 사법시험제도가 가지는 많은 장점을 소멸시키는 것은 입법재량의 한도를 넘는다”고 판단했다.
 
또 “사법시험제도 폐지로 로스쿨에 진학할 경제적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이 입게 되는 불이익은 사법시험제도의 폐지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에 못지않게 중대하다”며 “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하여 청구인들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위헌 : 경제적 약자 평등권 침해
 
이어 “심판대상조항으로 사법시험제도가 폐지되고, 그 결과 로스쿨만이 법조인이 될 수 있는 유일한 통로가 됨으로써 법조인 자격 취득에 경제력에 따른 차별이 발생한다”며 “사법시험제도 폐지는 경제적 약자의 출발선을 앞당기기는 커녕 그들에게 존재하던 법조 직역 진출의 기회조차 차단함으로써 형식적 평등마저 무너뜨리는 것이므로, 청구인들의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헌재의 이번 결정을 두고 재야 법조계 반응도 엇갈렸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 모임인 한국법조인협회 김정욱 회장은 “헌재의 합리적 결정을 환영한다”며 “사법시험은 폐단이 너무 심각해 9년 전부터 폐지가 예정돼있었기 때문에 너무도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다. 또 “이번 결정은 사법시험보다 로스쿨 비용 부담의 위험이 적고, 실제로 사법시험 당시 보다 많은 수의 경제적 약자들이 로스쿨 제도를 통해 변호사가 되고 있는 현실이 명백히 반영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하창우 대한변호사협회장은 "헌법재판관 9명 중 4명이 위헌으로 판단한 것은 의미가 크다"며 "이것을 사법시험 존치에 찬성하는 국민의 80% 의견과 합쳐보면 사시존치의 필요성은 인정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년 2월 사법시험 1차시험이 있기 때문에 현재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인 사법시험 존치법안 3개 법안이 연내에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헌법소원심판 청구를 낸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고시생 모임’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유감을 표하고 입법부에 기대를 걸고 강력하게 사법시험 존치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 사진/헌법재판소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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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