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 인수전 일본 불참…한·미·중 삼국지 압축

미국으로의 매각 가능성 지배적…"일본 정부도 미국과의 청사진 그려"

입력 : 2017-04-05 오후 4:24:57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도시바의 캐시카우인 메모리반도체 부문 인수전에 일본 기업이 최종적으로 참여치 않으면서 한국·미국·중국의 3각 구도로 좁혀졌다. 특히 인수전에 구글·애플 등 IT 공룡들도 대거 참여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3국의 셈법은 더욱 복잡해졌다. 현재까지는 미국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는 것이 업계의 지배적 분석이다.
 
5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마감한 도시바의 메모리반도체 사업 매각 1차 입찰에 일본 기업들은 단 한 곳도 참여하지 않았다. 도시바와 제휴 중인 미국의 웨스턴디지털(WD)을 비롯해 한국의 SK하이닉스, 대만의 홍하이정밀공업(폭스콘) 등 10여곳이 응찰했다. 미국의 반도체기업 브로드컴과 사모펀드 실버레이크는 인수가격으로 2조엔(약 20조3700억원) 이상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애플, 구글, 아마존닷컴 등 미국의 대형 IT 기업들도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 핵심기술 유출을 우려한 일본 기업들은 높은 인수가격 부담에 응찰을 포기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기업들은 '도시바 반도체 기술은 중요하다'고 말하면서도 반도체 사업에 매년 수천억엔을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선뜻 나서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일본 경제산업성 관계자는 "(보수적인)일본 제조업의 현재 상황을 반영하는 것 같아 낙담이 크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외국환관리법'의 투자중지 명령을 검토할 정도로 중국 및 대만 기업들로의 매각만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경제산업성은 반도체 업계 선두인 한국의 삼성전자를 추격하기 위해서는 미·일 연합이 바람직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현 구도에서는 미국이 새 주인이 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정부는 해외 기업과 제휴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며 "미국 기업이 반도체 사업을 인수하는 방향으로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고 전했다.
 
일찌감치 출사표를 던진 SK하이닉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일본 내 반한 여론도 문제지만 막대한 인수자금도 넘어야 할 산이다. 도시바가 반도체 부문의 기업가치를 2조엔(약 20조원) 이상으로 평가해 달라고 조건을 내걸면서 미국 기업들은 대부분 희망 인수가로 2조엔 안팎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SK하이닉스는 이에 미치지 못하는 금액을 써낸 것으로 전해졌다. SK하이닉스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이 4조원임을 고려할 때, 재무적투자자(FI)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어떠한 입장도 밝히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쓰나카와 사토시 도시바 사장이 지난달 14일 일본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시작하기 전 미국 원전사업의 대규모 손실에 대해 사과했다. 사진/뉴시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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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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