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박근혜정권 핵심 참모로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에 연루된 김기춘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첫 재판에 나란히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재판에서 무죄를 입증하겠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김 전 실장 등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재판장 황병헌) 심리로 6일 열린 1회공판에 정장 차림으로 출석했다. 앞서 3차례 열린 공판준비기일에는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 모두 나오지 않았다. 공판준비기일에는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다. 김 전 실장은 직업을 묻는 재판장 물음에 “무직입니다”라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은 “지금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둘 모두 구속되기 전보다 수척해진 모습이었다.
김 전 실장의 변호인 이상원 변호사는 “피고인은 인사권자인 대통령의 의사나 지시를 그대로 이행하거나 전달한 것에 불과하다”며 “피고인에 대해서는 전부 무죄가 선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피고인은) 최순실 등 국정농단에 관여됐을 것이라는 근거 없는 추측에 따른 여론재판과 정치적 표적수사의 희생양”이라고 강조했다.
또 “특검의 주장은 3가지 편견에서 나온다”며 “이 사건이 예술의 자유를 침해한 중대한 범죄냐는 건데 편견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술 활동을 하지 못하게 해서 제재를 가하거나 하지 못하도록 강제력를 행사한 사건이 아니다”라며 “지급하던 보조금을 특정 예술인·단체에 대해 감축·중단했을 뿐이다. 예술 활동을 침해한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블랙리스트’ 용어가 갖는 선입견과 김 전 실장이 박근혜정권에서 가장 힘 센 공무원이라는 편견을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가 3가지 선입관 주장을 펼칠 때 방청석에서는 “그게 왜 선입관인가”라고 울분을 토하는 소리도 나왔다.
조 전 장관 측 김상준 변호사는 “정치적 사안을 무리하게 범죄화했다. 피고인 공모 가담 사실 관련 증거가 미약하다”며 “공소사실은 지원배제 행위와 거리가 멀다”라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은 “언론보도를 비롯해 지금까지 저에 대해 깊은 오해가 쌓여 있다. 압수수색 왔을 때 특검이 저에 관한 오해를 풀어주기를 기대했지만 이 자리까지 왔다”며 “제가 근무했던 시간과 자리를 생각했을 때 오해를 하실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이해한다. 법정에서 소상히 밝히겠다”고 직접 진술했다. 김소영 전 문체비서관은 “상부 결정에 대해 전력을 다해 저항하지 못한 것을 부끄러워한다.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상률 전 교육문화수석 측 변호인은 “블랙리스트가 존재하는 사실 자체를 몰랐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김기춘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차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