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박영수 특별검사와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두 사람은 국민들의 신뢰를 받고 있는 특검팀 수장과 박근혜 정부의 실질적인 콘트롤 타워이다. 이들의 만남은 어땠을까.
박 특검은 “가슴이 아팠다”고 한 마디로 정리했다. 3일 기자단과의 오찬 간담회에서다. 김 전 실장은 유신헌법 제정 작업에 기여한 공로로 승승장구하다가 1988년 검찰총장에 취임했다. 당시 박 특검은 수원지검 소속 평검사였다. 김 전 실장에 대한 수사과정 등을 설명하면서 그를 ‘김 총장님’이라고 불렀다.
박 특검은 “특검팀이 (김 전 실장 자택을)압수수색하러 나갔을 때 (증거물들을)이미 다 옮겼다. 동네 CCTV를 모두 분석해본 결과 어딘가로 옮겨진 것을 확인하고 일주일간 추적했다”고 입을 열었다. 증거물들은 인근에 있는 김 전 실장의 자녀들 집으로 옮겨졌다.
이어 “자녀 중에 아픈 사람이 있어 정말 고민 끝에 검사들이 자택을 찾아가서 아주머니와 부인께 ‘가져온 것만 주십시오’라고 그분들 절대 마음 상하지 않게 예의를 갖춰 가져왔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 정치권에서 밤 12시에 들이닥쳐서…아니 나도 인간이고, 검사들도 인간이다. 내가 5공비리 수사 때 총장으로 모신 분인데 그렇게 했겠느냐”며 “그런 말을 들을 땐 좀 가슴이 아팠다. 그렇게 비인간적인 수사는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특검팀이 김 전 실장 자택을 압수수색하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자정무렵 무리하게 압수수색을 하는 등 강압수사를 하고 있다고 특검팀을 비난했다.
두 사람의 만남은 김 전 실장이 소환된 지난 1월18일 오전 12시쯤 이뤄졌다. 박 특검은 “내가 가서 뵈었다. 그 분은 연세도 있고 해서 되도록 조사를 한 번에 끝내자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어떤 말들을 나눴느냐는 질문에 그는 “(김 전 실장이)사모님 편찮으신 것, 애들 아픈 것 다 얘기하셨다. 그러나 수사에 대한 불만은 없었다”고 회상했다.
특검팀은 당일 김 전 실장을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과 함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직권남용) 등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21일 성창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사실이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후 김 전 실장은 구속수사기간 중 ‘블랙리스트’ 사건은 특검 수사대상이 아니라며 법원에 이의를 신청했으나 기각됐고, 지난달 7일 직권남용과 강요죄로 조 전 장관과 함께 구속기소됐다. 공소장에는 박 대통령도 공범으로 적시됐다.
지난 28일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김 전 실장 측은 “기본적으로 특검 측에서 수사할 수 없는 사람을 수사해서 구속한 것”이라며 “구속돼서 수사를 받아야 하는 건 김기춘이 아니라 특검이다. 특검 측이 직권을 남용했다”고 특검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박영수 특별검사(왼쪽)와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