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 A씨는 영화나 책을 고를 때 스스로 결정하기보다 남들이 많이 선택하는 것에 관심을 기울인다. 분야별로 박식한 사람들의 취향을 좇다 보면 내 전문성 수준도 높아지는 것 같고, 많은 사람들이 선택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 같아서다. 이렇다 보니 A씨는 정작 본인의 취향이 무엇인지는 잘 설명하지 못한다.
실제로 성인남녀 10명 중 7명은 A씨처럼 사소한 부분까지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이른바 ‘결정장애’를 겪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7일 사람인에 따르면 성인남녀 2148명을 대상으로 ‘평소 결정장애를 겪는지 여부’를 조사한 결과, 70.9%가 ‘겪고 있다’라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에 따라서는 ‘여성’(78.7%)의 응답률이 ‘남성’(66.3%)보다 높았다.
결정이 어려운 상황으로는 ‘선택 결과를 예상하기 어려울 때’(50.9%, 복수응답)가 1위를 차지했고, ‘잘 모르는 것에 대해 선택해야 할 때’(50.8%)가 바로 뒤를 이었다. 이밖에 ‘인생에 있어 중대한 사항일 때’(43.7%), ‘선택의 폭이 너무 넓을 때’(32.6%), ‘선택 결과가 타인에게도 영향을 미칠 때’(27.1%), ‘상대가 원하는 답과 나의 의사가 다를 때’(25.5%) 등의 답변이 있었다.
성별로 살펴보면, 여성의 경우 ‘선택 결과를 예상하기 어려울 때’(52.2%)를, 남성은 ‘잘 모르는 것에 대해 선택해야 할 때’(51.3%)를 각각 1순위로 선택해 차이를 보였다.
결정이 어려운 이유로는 ‘최선의 선택을 놓칠 것 같아 우려되어서’(72.6%, 복수응답)를 첫 번째로 꼽았다. 다음으로 ‘원하는 것이 너무 많아서’(25.7%), ‘선택의 폭이 너무 넓어서’(25.5%), ‘타인을 배려하기 위해서’(18.7%), ‘파급효과가 너무 커서’(16.9%) 등의 응답이 있었다.
결정장애를 겪는 응답자의 78.4%는 적시에 결정을 내리지 못해 기회를 놓치는 등의 손해를 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다 보니 응답자의 37.3%는 본인과 관련된 일을 점이나 인터넷 게시판 상담 등 불특정 다수의 조언을 받아 결정을 내린 적이 있다고 밝혔다. 또 메뉴 등 본인의 기호에 따라 고를 수 있지만 알아서 무작위로 골라주는 서비스를 이용해 본 적 있다는 응답은 38.5%였다.
결정장애 현상이 나타나는 원인으로는 전체 응답자의 39.6%(복수응답)가 ‘책임을 두려워하는 개인적 심리로 인해서’를 선택했다. 다음으로 ‘손해를 싫어하는 개인의 욕심이 커서’(38.5%), ‘남들의 시선을 너무 의식해서’(36.4%), ‘정보가 과잉되어 걸러내기 힘들어서’(35.9%), ‘취업난 등으로 실패를 두려워해서’(33.1%), ‘부모에게 의지하던 습관이 굳어져서’(12.2%) 등의 응답이 있었다.
서울 종로구 도심 커피전문점에 커피 메뉴와 가격표가 적혀 있다. 사진/뉴시스
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