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채용시장 '봄은 없다'

500대 기업 5곳 중 1곳 "상반기 채용 줄이거나 없다"…대선 이후로 눈치장세 지적도

입력 : 2017-04-09 오후 4:23:54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지난해에 이어 고용한파가 계속될 전망이다. 매출액 500대 기업의 5곳 중 1곳은 올 상반기 채용규모를 줄이거나 아예 신규채용 자체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채용계획을 아직 수립하지 못한 곳도 37%에 달했다. 기업들이 채용시장 문을 닫으면서 청년실업은 그 심각성을 이미 넘어섰다. 재계 일각에서는 기업들이 새 정부 출범 이후로 투자와 고용을 미루는 눈치보기 장세가 펼쳐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9일 한국경제연구원이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한 ‘2017년 상반기 500대 기업 신규채용 계획’ 조사 결과(200개사 응답), 이들 중 올 상반기 신규채용 규모가 지난해보다 감소하는 곳은 27개사(13.5%), 신규채용이 없는 곳은 18개사(9.0%)로, 채용을 줄이거나 없는 기업(22.5%)이 채용을 늘리겠다는 기업(11.0%)보다 2배 이상 많았다. 채용계획을 아직 결정하지 못한 기업도 74개사(37.0%)에 달했다. 반면 상반기 신규채용 규모가 ‘지난해와 비슷하다’고 답한 기업은 59개사(29.5%)에 그쳤다. 이번 조사는 지난 3월9일부터 27일까지 이메일을 통해 실시됐으며,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5.37%포인트다.
 
특히 지난해 같은 조사와 비교할 때 채용을 줄이거나 없는 기업의 비중(11.5%)이 2배가량 급증한 점이 눈에 띈다. 기업들은 이에 대해 ‘국내외 경제 및 업종 경기상황 악화가 예상됨’(34.2%), ‘회사 내부 상황의 어려움’(31.6%) 순으로 답했다.(중복응답) 불황이 장기화된 데다, 트럼프발 보호무역의 확산과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과의 갈등 등 예상치 못한 불확실성이 증대되면서 기업들의 경영활동도 크게 위축됐다는 설명이다. 특히 탄핵정국에 이은 조기대선 등 요동치는 국내 정치 상황도 기업들이 고용을 상반기 이후로 미루는 주된 이유로 분석된다. 
 
이 같은 고용한파는 재벌기업이라도 예외가 아니다. 30대그룹은 지난해 2만명 가까이 감원하며 고용시장을 얼어붙게 했다. 불황으로 인한 유동성 악화, 실적 부진 등을 이유로 내세웠다. 삼성전자, 삼성중공업, 삼성물산, 삼성엔지니어링 등 주요 계열사가 희망퇴직 및 사업부 매각을 단행한 삼성은 1만3000여명이 짐을 싸야 했다. 또 현대중공업(4912명 감원), 두산(1991명), 대우조선해양(1938명) 등 경기침체를 겪는 조선·플랜트·건설 업체들이 한파를 주도했다.
 
롯데, 신세계, CJ, 현대백화점 등 유통업체들은 지난해 고용을 늘렸지만 중국의 사드 보복이 본격화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롯데의 중국 현지 유통매장에 대한 감시·감독 규제, 불매운동, 한국 단체관광 금지 등의 여파로 이들 업종도 고용한파의 위험에 노출됐다는 분석이다. 
 
그나마 올 들어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 긍정적이다. 유환익 한국경제연구원 정책본부장은 “대내외 여건 악화로 주요 대기업 중 신규채용을 하지 않겠다는 곳이 많이 증가했지만, 우리나라 수출이 5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고 세계 경기가 좋아지고 있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하반기에는 대기업들의 신규채용 규모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상반기 취업시장에서도 ‘이공계·남성’ 선호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 대졸 신규채용 인원 중 이공계 졸업생 선발 비중은 평균 54.4%이며, 여성 비중은 평균 26.2%로 조사됐다. 대졸 신입사원의 평균 연봉은 3880만원(월 323만원)으로 파악됐다. 응답 구간별로는 ‘3500~4000만원’ 37.5%, ‘4000~4500만원’ 27.0%, ‘3000~3500만원’ 23.0%, ‘4500~5000만원’ 8.5%, ‘5000~5500만원’ 2.0% 등이다.
 
정년연장제도에 따른 임금피크제 도입에 관해서는 응답기업의 3곳 중 2곳 이상이 ‘이미 도입’(68.0%)했다고 답했다. 임금피크제 적용 근로자들은 대부분 ‘기존 업무 및 직책 유지’(71.1%)를 수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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