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제19대 대한민국 대통령을 선출하는 5.9대선이 10일 기준 29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판세는 오리무중이다. 원내5당 모두가 후보를 내세운 상황에서 호남표심이 양분되고 보수표심이 표류하는 한국 정치사 초유의 일이 발생하면서 대선 레이스의 유동성은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지난 7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대선후보 선호·지지도 4월 1주차 조사(4∼6일 실시)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38%,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35%로 양강구도를 형성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7%,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4%, 심상정 정의당 후보 3%로 그 뒤를 따랐다.(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3월 5주차 조사(3월28~31일 실시)에서 문재인 31%, 안철수 19%, 홍준표 4%, 유승민 2%, 심상정 1%였던 것과 비교하면 문재인 후보가 7%포인트 상승했지만, 안철수 후보는 무려 16%포인트나 상승했다. 홍준표 후보 3%포인트, 유승민·심상정 후보도 각각 2%포인트 상승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국면 이후 ‘정권교체’, ‘준비된 대통령’을 강조한 문재인 후보는 대선 레이스를 독주했다. 그러나 4월초 각 당의 대선후보가 결정되면서 ‘대세론’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특히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급상승했고, 그 원인으로는 양분된 호남표심과 보수진영 지지층 유입이 거론된다.
역대 대선에서 호남지역은 야권 대표후보에게 90%에 가까운 표를 몰아줬다. 기존 보수 우위의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호남의 단결된 표심은 야권 승리에 필수불가결한 조건이었다. 그러나 ‘박근혜 파면’ 이후 보수진영이 지리멸렬하고 문·안 두 후보가 모두 야권 대표주자를 자처하면서 호남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일단 문재인 후보의 우위(46%→52%)가 유지되고 있지만, 안철수 후보 역시 상승세(37%→38%)를 타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이후 갈피를 못잡고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 국무총리, 안희정 충남지사로 떠돌던 보수진영 표심의 안철수 유입현상도 뚜렷하다. 안 후보는 보수층에서 37%→42%의 지지를 얻어 범보수 진영의 홍준표 후보(24→22%)와 유승민 후보(10→5%)를 크게 앞섰다. 보수의 본산 대구·경북에서 안 후보는 33%→38%로 상승했고, 문 후보는 30%→14%로 지지율이 반토막났다.
다만 이러한 문재인-안철수 양강구도가 대선전 끝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약 한 달 간의 대선기간에 몇 차례에 걸쳐 판세가 요동칠 것이라는 것이 정치권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우선 호남의 최종 선택에 정치권의 관심이 모인다. 지금은 호남이 문재인과 안철수 모두 저울에 올려놓고 있지만, 선거 막판 한쪽으로 ‘전략적 투표’를 할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안철수 후보의 사드배치 입장변경 등 노골적인 ‘우클릭’에 호남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벌써부터 문재인 후보 측에서는 ‘안철수 당선은 구 새누리당 세력의 정권연장’ 프레임으로 공세를 펼치고 있다. 반면 안 후보 측은 호남 내 ‘반문(문재인) 정서’를 극대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보수층의 안 후보 지지가 끝까지 이어질지 여부도 주목된다. 현재 마땅한 지지후보를 정하지 못한 보수진영이 ‘사표방지 심리’와 ‘문재인 대통령 방지’ 등의 이유로 안 후보에게 비판적 지지를 하고 있지만 보수진영이 막판에 단결한다면 상황이 급변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특히 한국당 내 ‘진박’ 의원들의 움직임에 관심이 모인다. 대구3선 조원진 의원은 8일 한국당을 탈당하고 ‘새누리당’ 대선후보로 나설 뜻을 내비쳤다. 그간 한국당과 바른정당의 합당에 걸림돌이 됐던 진박의원들이 새누리당으로 당적을 옮길 경우, 한 쪽이 대표를 맡고 다른 한쪽이 대선후보를 맡는 식의 ‘보수 단일화’가 급물살을 탈 가능성도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지난 1987년 6·10 민주화항쟁으로 민주세력이 군사독재세력으로부터 직선제를 쟁취해 냈지만, 막상 대선은 YS(김영삼)와 DJ(김대중)의 분열로 노태우가 어부지리를 얻었다”면서 “이번 대선 역시 비슷한 일이 생기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고 우려했다.
이외에도 각 후보 간 검증을 빙자한 네거티브 공방, ‘비문 후보’ 단일화 여부, 후보자 간 ‘무대본’ 스탠딩 TV토론, 세월호 3주기를 계기로 재결집할 촛불민심, 북한 핵 실험과 북풍 등이 남은 대선기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로 지목된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왼쪽)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의 모습이다. 문 후보는 7일 충남 홍성 장항선(신창~대야) 복선전철 건설사업 현장을 찾아 안전모를 쓰고 공사현황에 대해 설명을 들었고, 같은 날 안 후보는 인천 육군 제17 보병사단 신병 교육대대를 방문해 철모를 쓰고 사격술 예비훈련 체험을 하며 웃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