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년' 홍석조 BGF리테일 회장의 '명과 암'

'편의점 신화' 일군 검사 출신 오너…잇단 구설수는 숙제

입력 : 2017-04-13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2020년까지 매출 10조원을 달성해 초일류 종합유통서비스기업으로 성장하는 게 목표입니다."
 
홍석조 회장이 지난 2014년 4월, BGF리테일(027410) 기업공개(IPO) 당시 제시했던 비전이다. 유통업계가 전반적인 침체기에 빠진 상황에 나온 그의 발언에 다들 의문의 시선을 보냈던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홍 회장의 이같은 청사진은 현실로 이뤄지고 있다.
 
취임 10년째를 맞은 홍 회장은 2007년 BGF리테일(옛 보광훼미리마트) 대표이사에 취임한 후 CU를 굴지의 편의점으로 키워낸 인물이다. 2006년까지 공직에서 대검찰청 기획과장, 법무부 검찰국 국장, 광주고등검찰청 검사장 등을 지낸 '검사 출신 경영인'이라는 점도 업계에 유례없는 이력으로 종종 회자된다.
 
그의 화려한 친인척 인맥도 업계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홍 회장의 아버지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인인 고 홍진기 전 중앙일보 회장, 누나는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이다. 최근 대선 출마를 고려하다가 불출마로 선회한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도 그의 형이다.
 
홍 회장이 BGF리테일의 수장이 된 이후 가장 큰 변화는 '외형확대'다. 취임 당시 3700여개에 불과했던 CU 점포수는 지난해 6월 어느덧 1만호점을 돌파했다. 홍 회장 취임 이후 9년만의 성과였다.
 
일각에선 편의점업계가 지나친 외형경쟁에 몰두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업계 내에서 1만 점포를 가장 먼저 달성한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성과였고, 홍 회장에게 이른바 '편의점 왕'이라는 별칭까지 선물했다.
 
외형 성장에만 국한되지도 않았다. 내실에서도 탄탄한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BGF리테일은 지난해 매출 5조527억원으로 전년 대비 16.6% 늘었고 영업이익은 2172억원을 기록해 18.3% 증가했다. 올 1분기도 전년 동기 대비 26% 증가한 35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이란 게 증권가 전망이다.
 
BGF의 성장에는 홍 회장의 강한 결단력과 리더십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법조인 출신으로 경영능력도 검증 안된 그가 BGF리테일의 회장으로 취임할 당시만해도 업계의 시각은 회의적이었다. 하지만 이는 기우일 뿐이었다. 2012년 훼미리마트에서 'CU'로 브랜드명을 바꾼 것도 그의 결단이 이뤄낸 성공사례다. 홍 회장은 당시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22년간 사용했던 타이틀을 버리고 편의점은 CU로, 회사명은 BGF리테일로 모두 갈아치웠다.
 
성공가도를 달려온 홍 회장이지만 최근에는 여러 도전에 직면해있다. 우선 'CU'의 턱밑까지 추격하고 나선 2위 편의점 'GS25'이 경계대상이 되고 있다. CU와 GS25의 올해 2월 말 기준 가맹점 수는 각각 1만1092개, 1만1023개로 불과 69개 차이다. 직전 달인 1월 말 기준 CU의 가맹점 수는 1만968개, GS25는 1만869개로 100개 차이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GS25의 최근 출점 페이스에 더 속도가 붙은 양상이다.
 
최근에는 아르바이트생 사망 사건과 관련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CU 아르바이트생이 근무 중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고도 본사 측에서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사고 발생 후 3개월여가 지나고 나서야 CU는 '범죄 예방 및 안전사고 대처 요령'을 발표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고 대표이사 명의의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진정성이 결여된 무성의한 사과라는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홍 회장의 장남 홍정국 전무(35)의 초고속 승진도 일각에선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홍 전무는 입사과정부터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 BGF리테일은 지난 2012년 6월 정국씨가 회사에 입사하자 경영혁신실을 신설했고 그에게 경영혁신실 실장을 맡겼다. 입사와 동시에 소위 드라마 속 금수저 후계자의 단골 호칭인 '실장님' 소리를 듣게 된 셈이다. 재계 굴지의 대기업 후계자도 평사원으로 시작한 사례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금수저' 논란은 당연스러웠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그는 2014년 12월, 입사 2년만에 상무로 승진한 데 이어 지난 2015년엔 또 다시 1년만에 전무로 초고속 승진했다. 지난해엔 사내이사에도 선임되며 본격적인 경영참여라는 권력까지 더해졌다.
 
홍 전무는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에서 경제학과 학사와 산업공학 석사를 전공하고 2013년 미국 와튼 경영대학원(MBA) 과정을 거치는 등 화려한 '스펙'을 보유했다는 데 이견이 없지만 경영능력만큼은 검증 안된 그에게 단기간 내 그룹의 중책을 잇따라 맡기는 것에 대한 따가운 시선도 존재했다. 결국 박재구 BGF리테일 대표가 전문경영인으로 회사경영 전반을 책임지고 있지만 BGF리테일이 '홍씨 일가'가 장악한 '오너기업'이라는 것을 다시금 확인케 해준 대목이다.
 
그러나 BGF리테일의 '2세경영' 시동은 아직 섣부른 판단이라는 지적이다. 지분구조 상으로도 홍 회장이 BGF리테일의 지분 31.81%를 보유하며 최대주주로 아직 건재하고 있고, 홍 전무의 BGF리테일 지분은 아직 0.28%에 불과하다. 표면적으로도 박재구 대표의 전문경영인체제가 안착된만큼 본격적인 후계구도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홍석조 BGF리테일 회장. 사진/뉴시스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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