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정부가 서울시 청년활동지원사업(청년수당)에 동의하면서 사업이 재개됐지만, 지난해 청년수당 대상자로 선정됐던 청년 2831명은 결국 구제받지 못한 채 피해만 입고 끝날 것으로 보인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대표적 청년정책으로 꼽히는 청년수당은 서울에 거주하는 19~29세 미취업자 중 취업이나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에게 최대 6개월간 매달 현금 50만원을 지원하는 제도다.
이에 지난해 시는 강한 의지를 내비치며 지원자들의 활동계획서를 평가하고, 같은해 8월 대상자 2831명에게 1차분 청년수당 50만원을 지급했다. 하지만 이후 보건복지부의 직권취소로 더 이상의 지급은 중단됐다. 시와 정부 사이에 갈등으로 6개월간의 계획을 세웠던 청년들은 당초 계획했던 구직활동을 하지 못하는 직접적인 피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시와 복지부가 새롭게 합의한 올해 청년수당 사업은 큰 문제가 없지만, 현재로서는 보건복지부가 직권취소를 철회하더라도 이들에 대한 청년수당 재지급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시 관계자는 “2016년 청년수당 사업은 이미 종료됐고, 대상자 선정 자체가 직권취소돼 행정적 근거도 사라졌다”며 “시가 의무적으로 지급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복지부도 여전히 직권취소 철회 가능성에 대해선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며 철회할 이유가 없다고 못박았다. 복지부 관계자는 “만약 직권취소를 철회하면 작년에 시가 협의 요청했던 본 사업 자체의 문제가 없었다고 의미하는 것”이라며 “시에서 (복지부와) 협의되지 않은 상황에서 성급하게 대상자를 선발하고, 수당을 지급한 거 자체가 위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나마 시가 대법원에 제소한 직권취소 취소소송 및 가처분 신청은 현재 재판관과 재판부 배당을 마치고 검토를 진행 중이지만 결론이 언제 날지도 미지수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 시는 올해 청년수당 대상자 모집에 지난해 대상자들도 재지원할 수 있도록 별도 제한을 두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난해 지원 자격이 됐던 합격자 가운데 400여명은 올해 30살 이라는 문턱에 걸려 지원 자체가 불가능하다.
또 시는 지난해 대상자들을 배려해 재지원 시 별도의 가산점을 부여하려고 논의했지만 검토 결과, 아직까지 복지부의 직권취소가 유효하고, 역차별 논란이 일 수 있어 별도 가산점은 부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청년수당 대상자로 선정됐던 양소현(27·여)씨는 “가산점 논의는 전혀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오히려 이번 재지급에서 지난해 대상자들을 배제하지 않은 게 다행이다. 만약 지원을 막았으면 더 논란이 됐을 거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대상자였던 김한나(28·여)씨는 “아직 취업이 안된 상황이라 지원자격에 해당한다면 다시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는 오는 24~25일쯤 올해 청년수당 모집공고를 내고, 다음달 서류심사를 거쳐 6월말 최종 대상자 5000명에게 1차분 청년수당을 지급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시에서 지난해 대상자들에 대해 책임진다고 말한 부분도 있기 때문에 올해 재지원해서 대상자로 선정된 청년들은 그대로 지원하고, 선정이 안됐거나 몰라서 지원을 못한 청년들은 별도 신규사업을 마련해 지원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월20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신청사 바스락홀에서 열린 서울시 청년보장 정책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발표를 경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