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원석 기자] 지난해 8500억원대 기술수출에 대한 계약 해지와 약효 부작용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한미약품의 폐암치료제 '올리타'가 국내에서 임상 3상에 착수했다. 향후 10개국에서 진행할 글로벌 임상의 첫 발걸음을 내딛는 것이다.
올리타는 국산 최초 폐암 표적항암제다. 암세포 성장에 관여하는 신호전달물질인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돌연변이만을 골라 억제한다. 전세계 관련 시장(EGFR 억제제) 규모는 2018년 2조3000억원대로 추정될 만큼 시장 성장 가능성이 높다. 2010년쯤 한미약품이 글로벌 진출을 목표로 개발에 착수했으며 2015년 조건부 신속허가를 받았다. 임상 2상 자료로 허가를 하되 향후 3상 임상시험을 실시하는 조건이었다.
그해 독일 베링거인겔하임과 8500억원 규모 라이선스를 계약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국산 글로벌 신약 탄생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하지만 1년 후 상황이 반전됐다. 베링거인겔하임이 2016년 라이선스를 반환했기 때문이다. 1년3개월만에 글로벌 제약사가 돌연 개발을 포기하자 시장에서는 성공 가능성에 의구심이 표출됐다. 당시 경쟁약품인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 미국 허가 획득이 결정적 계약 해지의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경쟁약물의 빠른 상용화로 베링거인겔하임이 투자에 부담을 느끼게 됐다는 것이다.
올리타 임상시험 중 환자가 사망한 사례도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올리타를 투약한 일부 환자에게 '독성표피괴사용해' 2건(사망 1건, 입원 후 회복 1건), '스티븐스존슨증후군 1건(질병진행으로 인한 사망) 등이 나타난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감사원은 올리타 임상시험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고, 그 결과 사실상 문제가없다는 판단을 받았다. 약효 부작용에 대한 오명에서 벗어난 셈이다.
다만 글로벌 진출은 여전히 난항이다. 베링거인겔하임이 올리타 개발을 포기하면서 해외임상도 차질을 빚게 됐다. 한미약품은 최근 올리타의 다국가 3상 시험 단독 진행을 강행했다. 2상(160여명, 200억원) 규모를 감안하면 다국가 3상 시험은 600명 이상을 대상으로 700억~1000억원 정도가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한미약품이 자체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비용이다. 문제는 미국과 유럽에서 허가를 받더라도 현지 유통망이 없이는 판매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글로벌 파트너사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한미약품은 이번 임상 3상을 진행하면서 세계 10개 국가에서도 단독으로 글로벌 임상을 진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추후 해외 라이선스 계약 등도 다각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임상시험 비용이 문제가 아니라 전세계 약물을 판매·유통하려면 몇조원 단위의 자금력이 필요하다"며 "올리타가 경쟁약물보다 가격이 저렴하면 다른 글로벌사가 도입해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