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지주사 전환' 칼 빼들었다

쇼핑·제과·칠성·푸드 등 4개사 분할 급물살

입력 : 2017-04-21 오후 4:33:33
[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주사 전환 작업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최근 검찰의 기소 결정 등으로  운신의 폭이 좁아진 것과 무관하게 순환출자 구조를 정권이 바뀌기 전에 해소하기 위해 지배구조 개편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보인다.
 
21일 IB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롯데그룹의 지주사 체제 전환을 위해 쇼핑과 제과·칠성·푸드 4개사의 분할이 임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그룹은 이르면 다음주 내에 롯데쇼핑(023530)·롯데제과(004990)·롯데칠성(005300)·롯데푸드(002270) 등 4개사의 이사회를 각각 열고 분할 방식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분할 방식은 인적분할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보인다. 인적분할은 기업을 분리할 때 신설법인의 주식을 모회사 주주에게 같은 비율로 배분하는 방식이다. 시장에서도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한 후 투자회사들을 합병하는 시나리오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업계 안팎에선 이번 분할작업이 롯데그룹 지주사 전환의 신호탄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계열사를 분리하고 합치는 과정을 통해 신 회장이 약속한 '순환출자 해소'를 실현시키는 것이 지주사 전환의 선결 과제이기 때문이다.
 
특히 대선을 앞두고 일부 후보들이 '순환출자 해소'를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다음 정권이 들어서기 전인 현 시점이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최적기라는 분석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주사 전환'은 신 회장이 2015년부터 호텔롯데 상장, 조직구조 개편과 함께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추진해왔던 핵심 과제 중 하나다.
 
특히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겪는 과정에서 그룹의 불투명한 전근대적 지배구조 문제가 수면위로 떠오르며 비판의 대상이 되자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지주사 전환이 제시됐었다. 이를 위해 신 회장은 지배구조 개선 TF도 별도로 운영하며 지주사전환을 위한 사전작업인 순환출자 문제는 이미 약 80% 이상 해소된 상황이다.
 
지난 1월에는 롯데쇼핑, 롯데푸드, 롯데제과, 롯데칠성 등 계열사가 일제히 공시를 통해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을 검토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금융계열사의 정리는 숙제가 될 전망이다. 공정거래법상 일반지주회사가 금융회사를 자회사나 손자회사로 두는 것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롯데의 금융계열사는 금산분리원칙을 고려해 롯데그룹이 신설한 BU체제와 별도로 독립운영되고 있다.
 
일각에선 이번 인적분할과 합병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롯데쇼핑이 보유하고 있는 롯데카드 지분을 처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를 통해 금융계열사 중 덩치가 가장 큰 롯데카드가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금융지주사 형태가 될 것이라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한편 롯데의 지주사 전환이 차질없이 완료되면 그룹의 투명성 재고는 물론 신 회장의 지배력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적으로 지주사로 전환될 경우 지주사의 지분만 확보를 하면 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지주사 전환에 나선 기업들 대부분이 오너의 경영권에 대한 장악력과 안정성 강화를 위해 추진하고 있다"며 "롯데의 경우 경영권 분쟁을 겪으면서 기업 경영 투명성 재고를 위해 추진해 오던 것인 만큼 신 회장이 지주사 전환에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신동빈 회장. 사진/뉴시스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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