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5·9 대선이 16일 앞으로 다가온 주말 각 후보들은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한 유세전에 총력을 기울였다. 특히 다음달 2일이 여론조사 공표가 가능한 마지막 날인 만큼 그때까지 자신의 취약점을 보완하고 상대 후보들과의 차별화에 성공해 지지율을 최대한 끌어올린다는 각오다.
21일 한국갤럽이 18~20일 조사해 공개한 대선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41%,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30%였다. 이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9%, 심상정 정의당 후보 4%,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3% 순이다. 지난 주(11~13일) 같은 기관의 조사(문재인 40%, 안철수 37%)와 비교하면 문·안 두 후보의 차이는 3%에서 11% 포인트로 급격히 벌어졌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상승세인 문 후보는 대구·경북(TK)을 제외한 전국에서 1위에 올랐고, TK에서도 24%를 얻어 2위를 기록했다. 다만 50·60대와 보수진영에서는 고전중이다. 상대방에서 지속 제기하는 ‘색깔론’과 ‘친문 패권주의’ 공세가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는 해석이다. 이에 문 후보는 ‘안보와 통합’ 쌍끌이 행보로 정면 돌파를 선언했다.
문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압도적인 국방력과 남북대화를 기반으로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를 이끌어낸다는 내용의 ‘문재인의 담대한 한반도 비핵평화구상’을 발표했다. 또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통합정부추진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해 “이제는 보수와 진보를 뛰어넘는 대통합정부, 국민통합정부가 필요하다”며 “편 가르기 정치, 분열의 정치를 이제 끝내고 국민모두의 지혜를 하나로 모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 관계자는 “중요한 TV 토론이 있는 날 문 후보가 안보와 통합 행보를 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면서 “앞으로도 매일 정책들을 발표하며 ‘준비된 대통령’의 모습을 국민들에게 지속적으로 보여주겠다”고 설명했다.
안철수 후보는 본격 후보 검증 및 TV토론 국면을 거치면서 지지율 조정기에 들어갔다. 특히 진보·중도 성향의 지지층은 부동층 혹은 문재인 지지로 돌아서고, 보수성향 지지층은 홍준표·유승민 후보로 이동하는 모습이 뚜렷하다. 당초 계획했던 비문(문재인)정서를 기반으로 한 ‘보수-진보 두 마리 토끼잡기’ 작전이 한계에 부딪힌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안 후보 측은 후보 경쟁력으로 충분히 반등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안 후보는 이날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국민과의 약속, 미래비전 선언’을 발표하며 ‘미래’를 화두로 제시했다. 그는 ‘미래를 여는 첫 번째 대통령’을 주제로 4차 산업 혁명에 발맞춰 대한민국을 세계 최고의 글로벌 혁신국가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공개했다. 또 다른 후보들을 ‘전임 정권의 실세’라고 싸잡아 비난하고 “이제 우리는 낡고 수구적인 보수, 진보와 헤어질 때”라며 “보수의 대통령, 진보의 대통령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새정치론’을 강조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안 후보가 ‘미래’를 강조하다 핵심 지지기반인 호남표심을 잃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김대중 정부를 대표하는 ‘햇볕정책’ 계승여부를 밝히지 않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그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도 “20년 전 정책을 계승하냐 안 하냐가 도대체 뭐가 중요한지 여쭙고 싶다”며 거리두기를 이어갔다.
홍준표 후보는 보수진영의 결집 모습에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홍 후보의 TK 지역 지지율은 8%에서 25%로 일주일 사이 3배로 뛰어올랐다. 홍 후보는 이날 오전 보수성향 종교·정치계 원로들을 예방한 자리에서 “1주일 정도 지방을 돌아다녀보니 탄핵 후유증에서 벗어나고 있다”며 “보수층 결집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홍 후보 측은 TK에서 ‘동남풍’을 일으켜 충청과 강원, 수도권 지역에 확산시키고 지지율을 끌어올려 박근혜 탄핵 이후 침묵하고 있는 ‘샤이 보수’를 투표장으로 이끌어 낸다는 전략이다. 보수성향의 한 정치 평론가는 “대선은 어차피 진보와 보수의 양자대결구도”라며 “홍 후보가 보수진영의 유일후보가 된다면 분열된 진보 후보 사이에서 어부지리를 노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지율 5% 벽에 갇혀있는 심상정 후보와 유승민 후보는 자신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완주여부가 불투명하다. 국고보조금이 있지만 아무리 아껴 쓴다고 해도 최소 수십억원 이상 들어가는 선거비용은 현실적인 압박으로 다가온다. 대선 10% 득표에 실패할 경우 단 한 푼의 선거비용도 돌려받지 못한다.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이번 주 혹은 다음 주 여론조사 지지율 10% 달성 여부에 완주 여부가 달렸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심 후보는 “이번 대선은 사실상 야당 후보들 간의 개혁경쟁으로 치러지는 선거”라며 “안 후보는 개혁의 방향을 잃었고, 문 후보는 개혁의지가 약하다”면서 진보야당의 선명개혁성을 무기로 내세운다. 그러나 소수정당의 한계와 사표방지 심리 등에 지지율이 정체돼 있다.
유승민 후보도 TV토론의 성과를 지지율로 연결시키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자진 사퇴론’마저 나오는 등 당내 입지도 불안하다. 갤럽조사에서도 바른정당 지지자 40%가 안철수 후보를 지지하는데 반해 유 후보 지지는 36%에 그쳤다. 유 후보 측은 TV토론 등에서 경제·안보 전문가 면모를 부각시켜 대반전을 노린다는 각오다.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두 번째 대선 TV토론에 앞서 후보들이 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왼쪽부터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