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효정·정재훈 기자] 국내 성인 사교육시장에 대한 수요가 늘자 기업들은 사업영역을 확대하며 새먹거리를 찾느라 분주한 모양새다. 전문성을 내세웠던 교육기업들은 기존 '전문' 타이틀을 떼고 '종합' 기업으로 발을 넓히고 있다. 그러면서 대형사 중심으로 시장은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형국이다.
전문 영역에서 위기 봉착…'전문' 떼고 '종합'으로
지난 2000년 창업한 메가스터디는 등장과 함께 대입 사교육시장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학원에서만 들을 수 있던 인기 강사의 수업을 모니터로 고스라니 옮겨 놓으면서다. 개인용 컴퓨터, 초고속 인터넷 보급 등 온라인 강의 환경도 뒷받침됐다. 이에 회사는 2000년대 가파른 곡선을 그리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2004년 당당히 코스닥시장에 입성했고 2008년에는 시가총액 1위를 넘보기도 했다. 해커스어학원은 2000년대 어학교육 최강자로 부상했다. 해커스 토플, 토익 등 공인영어시험에서 족집게처럼 출제 예상문제를 짚어낸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수험생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하지만 장밋빛 전망은 계속되지 않았다. 전문분야에서 독보적인 1위 타이틀을 거머쥔 이들에게 위기가 찾아온 것이다. 메가스터디는 2010년대가 되면서 수익성은 급격히 악화됐다. 지난 2010년 정부가 사교육 억제를 위해 대입 수학능력시험과 EBS교육방송과의 연계를 강화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해커스어학원은 시험문제를 불법 유출한 혐의에 대해 회사 대표가 유죄판결을 받으면서 명성에 흠집이 나기도 했다.
위기 상황에서 새로운 먹거리가 절실했고,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통해 영역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이들이 눈돌린 시장은 성인 사교육시장이다. 해당 시장에 대한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판단이 작용하면서 '종합' 교육기업으로의 도약을 시도했다. 전문분야에서 브랜드 파워가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자신감도 있었다.
홍정민 휴넷 에듀테크연구소장은 "교육시장은 인당 교육비가 가장 핵심이기 때문에 사람이 많은 곳에서 사업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며 "특히 공무원, 어학, 자격증 등은 과목이 중복되기 때문에 스타강사 중심으로 영역을 넓히기 쉬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몸집 불리기 싸움 치열…양극화는 과제
메가스터디의 첫 성인교육시장 진출은 지난 2007년 11월 의·치학전문대학원 진학 시험 학원인 파레토아카데미(현
메가엠디(133750))를 50억원에 인수하면서다. 현재 메가엠디는 이 시장에서 점유율 50% 이상으로 압도적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후 메가스터디는 계속해서 기존 업체를 인수하거나 계열회사를 신설하는 등의 방식으로 문어발식 확장을 이어갔다.
현재 '메가'라는 명칭 아래 사업을 영위하는 사교육 분야는 기존 초·중등 입시를 비롯해 성인 사교육시장의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져 있다. 메가엠디를 중심으로 의·치학·약학·법학전문대학원, 공무원, 편입, 어학원, 평생교육원, 기업교육 등에 이르기까지 진출하지 않은 분야를 찾는 게 더 빠를 정도다. 교육사업뿐 아니라 급식사업과 부동산투자업 등을 영위하는 메가스터디는 국내에만 14개 자회사를 둔 종합교육그룹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이 회사의 교육부문 매출만 합쳐도 2942억원으로 3000억원에 육박한다. 이는 전년도 매출 2386억원보다 23% 이상 늘어난 금액이다.
해커스어학원은 어학교육 분야의 강점을 살려 다른 사교육시장으로 사세를 확장했다. 먼저 영어에 이어 급부상한 중국어 교육시장을 강화했다. 아울러 어학원에 적용했던 체계적 스터디 관리법을 적용해 공무원 시험 시장에 진출했고, 영어 능력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대학 편입 시험의 특성을 파악해 편입업계에도 발을 들였다. 해커스 계열사인 교암이 종로대학편입을 인수하며 덩치를 키웠다. 이밖에도 경찰공무원, 교원 임용 시험, 금융 등 각종 자격증, 취업 관련 인적성검사, 평생교육원 등 초·중등 입시 분야를 제외한 거의 모든 분야에 진출해 있다. 현재 해커스어학원은 오프라인 수업을 담당하는 해커스어학원과 각종 온라인 강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챔프스터디, 학습 교재 등을 출판하는 해커스어학연구소 등 3개 법인을 중심으로 운영 중이다. 지난해 세 법인의 총 매출은 995억원 수준이다.
팽창 중인 성인 사교육시장에 뛰어들어 단기간에 선두그룹에 포함된 기업도 있다. 회사명 보다 영단기, 공단기 등 '단기'시리즈로 유명세를 탄 '에스티유니타스'다. 지난 2010년 설립 첫해 영단기 브랜드를 론칭해 어학시장에 혜성처럼 등장한 이후 이듬해 공단기 브랜드로 공무원시장에 진출했다. 지난 2014년에는 대입학원 스카이에듀를 운영하는 현현교육을 인수해 입시 시장에도 발을 들였다. 2015년에는 PEET단기, MD단기 브랜드를 론칭하고 약학, 의·치학전문대학원 입시로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이외에도 법학전문대학원과 변호사 시험, 노무사 등 전문직 자격증, 편입, 교원 임용, 취업, 유학원 등 사교육의 거의 모든 분야에 '단기'라는 이름을 내걸며 종합교육기업의 면모를 갖췄다. 지난 2015년 뷰티르샤 미용학원, 지난해 인터넷 서점 리브로에 이어 올 2월에는 미국 교육기업 더 프린스턴 리뷰를 1000억원에 인수하는 등 공격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몸집도 커졌다. 지난 2010년 20여명의 임직원으로 시작한 회사는 지난해 1200명으로 직원수가 60배 늘었다. 이 회사가 보유한 브랜드만 해도 60개에 달한다. 지난해 에스티유니타스의 매출은 2223억원으로 전년 대비 85% 폭증했다. 전체 계열사를 포함한 총 매출액은 4000억원을 넘어선다. 이로써 사교육시장의 '골리앗'으로 주목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교육시장 내 대형사들의 규모가 점점 더 커지면서 그나마 경쟁력 있는 중형 업체들은 대형사로 편입되고, 나머지는 소규모 업체로 쪼그라들면서 양극화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며 "시장이 대형사 위주로 재편되는 양상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임효정·정재훈 기자 emy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