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희석 기자] 이동통신사들의 단말기할부대금(단말기채권) 유동화 규모가 지난해 급감했다. 단말기채권은 소비자들이 할부로 구매한 단말기 대금으로, 해당 채권의 감소는 통신시장 침체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25일 한국신용평가와 이통3사에 따르면, 지난 2012년 10조9000억원에 달했던 이통사들의 단말기채권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 규모는 지난해 6조7460억원가량으로 크게 줄었다. 앞서 2010년 1조2000억원가량에 불과하던 이통사들의 ABS 발행 규모는 2012년 10조9000억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2013년에도 10조6000억원어치가 발행됐다. 이통시장의 전성기였다.
이통사들의 유동화 규모가 줄어들기 시작한 건 2014년부터다. 그해 10월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 시행으로 통신사들의 보조금 상한선이 정해지면서 단말기 판매가 크게 줄었다. 단말기 ABS 규모도 2014년 7조9000억원에서 2015년 7조4000억원으로 감소했다.
이통사별로 지난해 가장 많은 단말기채권 ABS를 발행한 곳은 SK텔레콤이다. 규모가 2조9235억원에 달했다. SK텔레콤은 2015년까지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에 단말기채권 유동화를 위탁했으나 지난해부터는 대리점으로부터 채권을 직접 매입해 유동화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티월드유동화전문회사를 통해 주기적으로 ABS를 발행한다. SK텔레콤은 올 1분기에도 8685억원의 단말기채권을 유동화했다. 오는 28일 청약을 시작하는 2340억원 규모의 티월드제13차 ABS까지 포함하면 상반기 발행액이 1조1000억원에 달한다.
기가LTE유동화전문회사를 통해 자산 유동화를 진행하는 KT는 2015년 2조1090억원 규모의 ABS를 발행했으나, 지난해에는 1조9076억원으로 줄었다. 올 1분기에도 2769억원에 그쳤다. LG유플러스는 유플러스LTE유동화전문회사를 통해 2015년 1조8070억원 규모의 ABS를 발행했다. 지난해에는 1조9149억원으로 전년 대비 소폭 늘었다. 올 1분기 발행 규모는 2640억원이다.
단말기채권 유동화는 이통사들에게 여러 모로 메리트를 안겨준다. 우선 매출채권에 대한 충당금 적립 부담이 낮아져 재무상태가 좋아진다. 안전자산을 기초로 발행되기 때문에 신용등급 상향으로 금리도 2% 미만이다.
노재웅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스마트폰을 포함한 단말기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고 단통법 시행으로 수요가 위축되면서 이통사들의 유동화 규모가 줄었다"며 "자급제 단말기 등장과 요금할인 이용자의 증가, 중국산 저가 단말기 등의 시장잠식으로 단말기 단가가 하락한 점이 부정적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다만 "이통사들의 이익 증가로 보조금 지급 여력이 늘고 가상현실(VR), 핀테크, 사물인터넷(IoT) 등 기술 발전으로 고사양 단말기 수요가 늘어난 점은 단말기채권 ABS 발행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희석 기자 heesu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