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이완신 롯데홈쇼핑 대표가 회사의 운명이 걸린 재승인 심사 1년을 앞두고 변화의 고삐를 당기고 있다.
상품·마케팅 전문가인 이 대표는 지난 2월 롯데그룹 인사에서 롯데홈쇼핑의 새 수장으로 발탁됐다. 전무 직급을 유지 중인 그가 롯데 계열사 중에서도 큰 규모인 홈쇼핑의 대표가 된 것은 파격적 인사로 받아들여졌다.
이 대표는 1987년 롯데쇼핑에 입사한 이후 30년간 롯데백화점에서만 근무한 '백화점맨'으로 특유의 추진력과 남다른 아이디어를 갖췄다는 평가다. 특히 2003년부터 2014년까지 롯데백화점 지역 점장과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장까지 거치며 10년 넘게 살벌한 백화점 현장 경험을 두루 익혔다. 그가 분위기 반전이 필요한 롯데홈쇼핑의 수장이 된 배경이기도 하다.
롯데홈쇼핑은 내년 5월 미래부로부터 재승인 심사를 앞두고 있다. 이 대표가 회사의 지휘봉을 잡은 지 두 달 남짓 지났지만 올해 성과 여부에 따라 재승인 심사 결과도 좌우될 전망이어서 일찌감치 대대적인 변화를 주도하고 나선 것이다.
앞서 롯데홈쇼핑은 2015년 진행된 재승인 심사에서 조건부 재승인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갑질논란을 일으키면서 재승인 기간이 기존의 5년에서 3년으로 단축되는 시련을 겪었다. 이에 따라 롯데홈쇼핑은 1년 뒤인 내년 5월 다시 재승인을 받아야 한다. 승인을 받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이 전개될 경우 TV를 통한 사업 자체가 불가하다.
업계 안팎에선 이 대표의 취임 1년차인 올해 경영성과에 따라 내년 재승인 심사의 희비도 엇갈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2014년 검찰 수사로 임직원들의 납품비리가 불거지며 강현구 전 대표가 검찰에 소환되는 상황까지 이르렀고 '조건부 재승인'이라는 악재의 단초가 된 바 있다.
내년 재승인을 앞두고 어떤 식으로든 쇄신이 필요한 가운데 올 초 선임된 이완신 대표의 어깨도 무거워진 셈이다.
그동안 롯데백화점에만 몸담아온 이 대표는 홈쇼핑 내 현안 챙기기는 물론이고 재승인을 받기 위해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최우선 과제는 그동안 불공정거래, 갑질논란 등의 이미지가 생긴 롯데홈쇼핑을 탈바꿈 시키는 것이다.
미래부 측이 재승인 과정에서 공정거래 관행 정착 및 중소 납품업체 지원 관련 상황을 비중 있게 평가한다는 점에서 이미지 개선은 시급한 과제다.
이에 이 대표는 지난 3월 법무와 감사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대표이사 직속의 준법지원부문을 신설했다. 롯데그룹의 '준법경영 강화'라는 일성과 맥을 같이하는 행보다.
최근 열린 파트너사 초청 상생간담회에선 "파트너사와의 진정성 있는 협력과 소통으로 깨끗하고 투명한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간담회 결과를 토대로 경영투명성위원회에서 제시하는 의견을 겸허하게 적극적으로 수용해 부족한 부분을 개선해 신뢰할 수 있는 회사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한 동반성장 펀드를 두배로 늘려 2000억으로 확대하겠다는 뜻도 천명했다.
롯데홈쇼핑은 내년 재승인 심사 외에도 지난해 미래부에 제기한 행정소송도 중요한 과제로 남아있다. 미래부는 지난해 5월 롯데홈쇼핑이 재승인 심사과정에서 사업계획서를 사실과 다르게 제출했다는 이유로 6개월간 프라임타임 영업정지 통보를 내렸다. 이에 롯데홈쇼핑은 중소협력업체 등의 피해를 고려해 효력 정지 가처분신청과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초유의 방송 중단이라는 급한 불은 껐지만 본안소송 결과에 따라 악재를 다시 만날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 대표가 최근 경영화두로 윤리경영 강화와 상생에 방점을 찍고 있다"며 "현장 경험이 누구보다 풍부한만큼 롯데홈쇼핑의 실무 파악이 마무리되면 상품개발과 사업포트폴리오 재편 등에도 능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완신 대표(왼쪽)와 양평동 롯데홈쇼핑 본사. 사진/롯데·뉴시스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