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탁관, 출급청구권 확인 없이 공탁금 내주면 국가가 배상해야"

대법 "형식적 공탁금회수청구 심사권만 있다해도 의무 위반 해당"

입력 : 2017-05-02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형식적인 심사권만을 가지는 공탁공무원(공탁관)이 채권자(피공탁자)로부터 재판상 담보공탁금에 대해 출급청구를 받을 경우, 확인 없이 그대로 인가했다면 사용자인 국가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박모씨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재판상 담보공탁금의 회수청구권에 대해 강제집행정지된 집행권원으로 압류추심명령을 얻은 추심권자가 공탁금회수 신청을 한 경우 공탁관에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며 수원지법에 되돌려보냈다고 2일 밝혔다.
 
재판부는 "공탁관으로서 공탁금의 피담보채권인 강제집행정지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이 발생했음을 증명하는 서면 또는 손해배상채권에 기초해, 원고의 공탁금회수청구권에 대해 받은 압류 및 추심명령 정본 등의 보정을 명해야 하는데도, 그 직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해 청구서와 첨부서면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공탁금을 지급한 과실로 원고에게 손해를 입혔으므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이어 "하지만 원심은 이와 달리 공탁관에게 과실이 없다고 판단함으로써 공탁관의 심사범위와 직무상 의무에 관해 앞서 대법원 판례에서 표명된 견해와 상반되게 판단했다"며 "따라서 원심은 위반 사유가 있고 이를 주장하는 원고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가 있다"고 봤다.
 
또 "공탁관은 공탁불출급 또는 회수청구서와 그 첨부서류만으로 공탁당사자의 청구가 공탁관계 법령에서 규정하는 실체적 요건을 갖추고 있는지 심사해야 하는 형식적 심사권만을 가지지만, 그 청구가 소정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볼만한 상당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도 만연히 그 청구를 인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피공탁자로부터 재판상 담보공탁금에 대해 출급청구를 받은 공탁관은 피공탁자가 자기 공탁금출급청구권을 근거로 청구한 것인지, 공탁자의 공탁금회수청구권에 대한 압류 및 추심명령이나 확정된 전부명령을 받아 청구한 것인지 먼저 확인해야 한다"면서 "전자이면 피담보채권이 발생했음을 증명하는 서면 등을 확인해야 하고 후자이면 재판상 담보공탁의 피공탁자가 피담보채권에 기초해 공탁자의 공탁금회수청구권에 대해 받은 압류명령 정본, 추심명령 또는 전부명령 정본 등이 제출됐는지 확인된 경우에만 공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박씨는 부동산 임대업체 S사 상대로 한 소송에서 패소하자 청구이의 소를 제기하고 강제집행정지를 신청했다. 이후 법원으로부터 "강제집행은 청구이의 본안소송 판결 선고 시까지 정지한다"는 강제집행정지 결정을 받은 뒤 1700만원을 공탁했다. 하지만 S사는 판결이 선고되기 전 박씨의 공탁금회수청구권에 대한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신청했고 이에 공탁관은 S사에 공탁금을 지급했다. 그러자 박씨는 공탁관이 공탁금회수청구에 관한 심사를 하면서 직무상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게을리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1, 2심은 박씨가 강제집행정지결정의 정본을 제출하지 않았고 공탁관에게 직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박씨 요청을 기각했다.
 
대법원 청사. 사진/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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