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오신날 '760만 불자표심' 구애 나선 대선 후보들

조계사·대구 동화사 등 봉축 법요식 참석…"현대차 사옥 건립 중재·엑스포 유치위 구성" 공약도

입력 : 2017-05-03 오후 4:16:13
[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불기 2561년 부처님오신날인 3일, 전국 760만 불교 신자들을 향한 각 당 대선후보들의 구애도 이어졌다. 각 후보마다 봉축 메시지를 내놓은 가운데 공략 대상과 정책 지향점에 따른 기조 차이도 확연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국민의당 안철수·자유한국당 홍준표·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견지동 조계사에서 열린 봉축 법요식에 나란히 참석했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대구 동화사 법요식에 모습을 보였다.
 
문재인 후보는 부처님오신날 메시지에서 그간 강조해온 ‘적폐청산’ 의지를 재차 드러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부처님의 눈으로 보면 모든 사람이 평등하고 존귀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며 “불교에서는 잘못됐던 것을 깨뜨리고 올바름을 실천하는 것을 ‘파사현정(破邪顯正)’이라 말한다. 화쟁 정신과 파사현정이 함께 구현되어야 국민 모두가 골고루 잘사는 진정한 국민통합을 이룰 수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박광온 공보단장도 ‘부패 기득권세력의 적폐청산’이 부처의 뜻과 합치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겨울 국민들은 권력의 부패와 비리, 기득권층의 불공정 등 일그러진 욕망으로 일그러진 사회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어 일어섰다”며 “그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이라 믿는다”고 밝혔다. 박 단장은 “이 땅에 오신 부처님은 모든 사람이 평등하고 다같이 존엄함을 일깨워주셨다”며 “부처님의 가르침과 국민의 여망을 한시도 잊지 않고 나라다운 나라,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측은 ‘통합의 리더십’을 강조해온 것에 발맞춘 메시지를 내놨다. 손금주 수석대변인은 ‘과거가 얼마나 힘들었든 간에 너는 항상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부처님 말씀을 인용하며 “2017년 대한민국은 더 이상 갈등과 분열 속에 있을 수 없다. 이제는 화합과 통합으로 나라를 조화롭게 이끌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빈곤으로 고통받는 국민이 없도록 맞춤형 서민정책을 실현할 것”이라며 ‘서민대통령’을 자처했다. 전희경 선대위 대변인은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국민만을 상왕처럼 모시고 국민을 편안하게 하는데 더욱 정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부처님의 가르침은 우리나라가 국난에 처했을 때 우리 민족의 정신적 버팀목과 민족을 하나로 묶어 나라를 지키게 한 호국정신의 바탕이 됐다”며 보수층 결집 메시지도 포함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자신의 트위터에 “우리 사회 곳곳을 따뜻하고 밝게 만들어오신 불교계 스승과 불자 여러분께 봉축드린다”며 “조계사 오는 길에 거친 광화문광장 지상에는 세월호 유가족들이, 공중에는 단식농성하는 노동자들이 있다. 그들 모두가 가족과 동료의 품으로 돌아갈 날을 헤아려본다”고 자신의 지지층과 맞닿은 사람들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추혜선 대변인은 “대한민국에도 모든 존재를 소중하게 여기고 화합으로 이끌 수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며 “정의당은 오늘 뿐만 아니라 차별 없는 세상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의 메시지는 대선 완주에 초점을 맞췄다. 조영희 대변인은 ‘바른정치의 길을 다짐하다’는 제목의 논평에서 “유 후보와 바른정당은 창당 후 100일이라는 시간과 대선이라는 거친 바람에도 꺼지지 않는 단 하나의 등을 밝히고 있다”며 “국민만을 바라보며 결코 희망과 신념의 등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마음을 다잡고 있다”고 밝혔다. 조 대변인은 “눈에 보이는 것에만 매달리는 어리석은 정치의 길이 아닌 2600년이 지나도록 빛이 바래지 않은 바른정치의 길을 다짐한다”고 덧붙였다.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불교계 맞춤형 공약 발표도 이어졌다. 문재인 후보는 전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사찰입장료(문화재관람료)를 폐지하는 대신 국가·지자체가 사찰에 전통문화보존을 위해 보다 많은 지원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봉은사 인근 옛 한국전력 본사 부지 현대자동차 초고층 신사옥 건립문제에 대해서는 정부의 중재를 약속했다.
 
안철수 후보도 이날 세계 불교문화엑스포 유치를 위한 유치위원회 구성과 문화재의 체계적관리를 위한 해외 반출 문화유산 현황 조사·반환 추진사업 지원, 대장경 현대화 작업 지원과 학술사업 활성화 등의 공약을 발표했다.
 
3일 오전 서울 조계사에서 진행된 ‘부처님오신날 봉축 법요식’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자유한국당 홍준표, 국민의당 안철수, 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오른쪽부터)가 합장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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