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문재인 당선인이 걸어야 할 통합의 길

입력 : 2017-05-10 오전 6:00:00
최한영 정경부 기자
#1. 19대 대선 막판 선거운동이 한창이던 지난 5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의 전국순회 유세마다 동행했던 김경수 의원이 짬을 내 경남 창원 마산운동장 앞에 나타났다. 유세 도중 맞은편에 자리한 바른정당 선거운동원들을 본 김 의원은 이같이 말했다. “고생하고 있는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선거운동원들에게 따뜻한 박수 부탁한다. 우리가 정권교체를 해내면 유 후보와 바른정당 국회의원, 바른정당을 지지했던 국민들과 함께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 다 같은 국민이고 함께 해야 할 사람들이다.” 이를 듣던 바른정당 운동원들도 박수를 쳤다.
 
#2. 지난 8일 저녁, 문 후보는 마지막 공식 선거운동을 촛불집회의 상징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진행했다. 1시간여 진행된 유세의 마지막 순서는 애국가 제창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애국가와 태극기가 ‘이른바’ 보수단체의 전유물처럼 여겨졌지만, 사실 우리 모두의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문 후보 유세 종료시점에 인근 덕수궁 대한문 앞 유세장에 나타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도 마침 애국가 제창으로 유세를 시작했다.
 
많은 이들의 예상대로 문재인 후보가 대한민국 19대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앞길은 녹록지 않다. 문 당선인 앞에 놓인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로 많은 국가 원로들이 ‘통합’을 꼽는다. 언제나처럼 이번 대선 기간 중에도 분열·갈등은 정치권을 뒤덮었고 유권자들에게까지 영향이 미쳤다. 친구·가족 간에도 지지 후보 별로 심심치 않게 언쟁을 주고받고, 심지어 폭력사건으로 이어진 경우도 있었다. 짧지만 격렬했던 조기대선 결과가 나온 만큼 이제는 서로에게 겨눴던 총부리를 거두고 상처를 보듬어야 할 때다. 이 과정에서 문 당선인의 발언·행보 하나하나가 영향을 미칠 것이다.
 
박 전 대통령 탄핵이라는 전대미문 상황 속에 치른 대선이지만 절반의 유권자가 다른 후보를 지지했다는 점도 문 당선인이 유념해야 한다. 의석 수 120석에 불과한 집권당에, 둘 중 한명의 국민이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점을 고려할 때 독선·불통에 사로잡혀 국정을 이끌어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 폐해는 박 전 대통령 한 사람으로 족하다.
 
선거운동 막판 문 당선인은 “지금은 ‘나야말로 정권교체 후보’이고 ‘정권연장 후보는 심판해야 된다’고 캠페인을 하지만 선거가 끝나면 다 잊어버리고 어떤 야당과도 협치해야 한다. 당연히 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대선후보 신분으로 한 마지막 기자회견에서는 야당 당사부터 찾아가겠다고 밝혔다. 당선인과 주위 사람들이 선거운동 기간 중 내놓은 통합의 청사진이 말로만 그치지 않기를, 눈앞의 결과로 나타나기를 희망한다. 더 이상의 갈등을 보듬기에는 우리 앞에 놓인 다른 과제들이 너무도 많다.
 
최한영 정경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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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