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이번 대선은 구도와 각 후보의 득표율면에서 여러모로 1987년 대선과 닮았다. 4자구도로 치러진 1987년 대선에서 당선된 노태우 대통령은 이듬해 총선에서 민정당이 125석을 얻는데 그치며 여소야대 정국 속 국정을 제대로 운영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문재인 대통령 또한 5자구도 속 41.1%의 득표율로 당선됐지만 여소야대 정국에서 국정운영을 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따라 야당과의 협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1987년 13대 대선에서 당시 민정당 노태우 후보는 828만2738명의 표를 가져가면서 가장 낮은 득표율인 36.6%로 당선된 바 있다. 당시 ‘양김’의 단일화 실패로 민주당 김영삼 후보는 28%(633만7581표), 평민당 김대중 후보는 27%(611만3375표)를 각각 얻었다. 공화당 김종필 후보는 8.1%(182만3067표)로 그 뒤를 이었다.
이번 대선에서도 1위 후보의 득표율은 다소 차이가 있었지만 '1강 2중'이라는 구도는 1987년과 흡사했다. 문 대통령이 1342만3800표로 전체의 41.08%를 득표했고,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785만2849표(24.03%)를 득표했다. 이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699만8342표(21.41%),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220만8771표(6.76%), 정의당 심상정 후보 201만7458표(6.17%)로 집계됐다.
현재 집권여당인 민주당의 의석수는 120석으로 단순 과반에도 30석이 모자라고, 국회선진화법이 요구하는 쟁점법안 처리 정족수 180석에는 60석이나 부족하다. 노태우 정부 출범 초기와 비슷한 상황이다. 결국, 야당의 협조를 받지 못하면 국정운영에 필요한 법안을 단 한 건도 통과시킬 수 없는 구조인 것이다. 이 때문에 협치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지적이 선거 기간동안 화두로 떠올랐다.
아울러 대통령직인수위원회라는 준비 기간도 없고 국무총리를 비롯한 내각 인선도 시급하다는 점에서 야당의 협력이 없다면 국정운영은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가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만일 여야 협치가 삐걱거리면 새 정부 초기부터 여야 격돌이 불가피하다. 당장 장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여야의 전면전이 불거질 경우 정국은 급속도로 냉각될 수도 있다.
문 대통령이 국정 공백 최소화와 새 정부의 성공적인 연착륙을 위해 야당과의 직접 대화나 소통에 적극 나서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10일 당선 뒤 첫 공식 일정으로 야4당의 당대표를 만나 협력과 소통을 강조했다. 강력한 통합 의지를 드러내기 위한 행보이자, 향후 국정 운영에서 야당 협조가 절실하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차원에서 국민의당과 정의당 등 다른 당 출신 인사를 내각에 등용하고 이들 정당과 입법연대를 구성하는 방안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정우택 원내대표를 만나 면담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