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정부가 지난해 1월 발표한 취업규칙·일반해고 지침이 폐기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한 성과연봉제 도입도 차질을 빚게 됐다.
더불어민주당 핵심관계자는 10일 “양대 지침은 행정해석에 불과한 데다 위법성도 커 당장이라도 폐기가 가능하다. 당내에서도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달 선거운동 과정에서 ‘쉬운 해고’로 대표되는 양대 지침 폐기를 공언한 바 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발표한 두 지침의 공식 명칭은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 지침’과 ‘공정인사 지침‘이다. 각각 노동자 과반의 동의 없이도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이 가능한 사례, 저성과자에 대한 일반해고(통상해고) 요건 및 절차를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두 지침은 끊임없이 위법성 논란에 시달렸다.
먼저 근로기준법 제94조는 ‘취업규칙을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그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반면 지침은 대법원이 판례에서 제시한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될 경우 노동자 과반의 동의 없는 취업규칙 변경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취업규칙 변경 시 사회통념상 합리성의 판단 기준은 ‘불이익의 정도’, ‘취업규칙 변경 필요성’ 등 6가지다.
일반해고는 법령이 아닌 판례에서 등장한 개념이다. 고용부는 지침에서 객관적·합리적 기준에 의한 공정한 평가를 진행했고, 교육훈련·배치전환 등 개선의 기회를 부여했음에도 개선 가능성이 없고, 업무상 상당한 지장이 초래돼 사회통념상 고용관계 유지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될 경우 저성과자 통상해고에 대한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봤다.
노동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고용부가 두 지침 발표를 강행하면서 노정관계는 사실상 파탄 지경에 이르렀다.
아울러 당정은 우선 공공기관 경영평가 항목에서 성과연봉제 도입 여부를 삭제할 방침이다. 또 효율성보단 공공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경영평가제도를 개편할 계획이다. 이는 사실상 성과연봉제 폐지를 의미한다. 당 관계자는 “성과연봉제 또한 양대 지침과 연결된다. 정상적인 절차를 걸쳤다면 문제가 없지만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전체 기관의 절반 정도는 이사회에서 일방적으로 의결됐다. 이런 기관들에 대해선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대 지침 폐기 및 경영평가제도 개편 시점은 개각이 완료되는 7~8월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새 정부의 노동정책 방향에 따라 단절된 노정관계도 전환의 계기를 맞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노정 간 대화는 한국노총이 지난해 1월 정부의 양대 지침 발표에 반발해 경제사회발전 노사정위원회 불참을 선언하고 1년 넘도록 단절된 상태다. 여기에 지난해 6월 김대환 전 노사정위원장의 위원장직 사퇴, 7월 최저임금위원회 노동계위원들의 위원직 동반 사퇴까지 겹치면서 노동 현안을 논의하는 주요 사회적기구들은 반년 넘도록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
노동계는 양대 지침 폐기가 이뤄지면 자연스럽게 노사정위도 정상화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법 개정은 국회에서 합의가 이뤄져야 하지만 위법한 지침을 바로잡는 건 정부의 의지만으로 가능하다”며 “내부에서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정부가 의지를 보이고 약속을 지키면 자연스럽게 노정 간 신뢰가 쌓이고 사회적 대화를 재개할 수 있는 토양이 만들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지난 2월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일대에서 민주노총이 결의대회를 열고 2월 임시국회에서 성과연봉제와 양대지침(저성과자 해고 및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등에 관한 지침) 중단 결의안 등 5대 노동관련 법안 처리를 요구한 뒤 행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