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원수경 기자] 화장품업계가 1분기 사드 보복의 영향으로 부진한 성적표를 내놨다. 2분기에도 사드 여파를 피해가기 힘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만 문재인 정부가 한·중관계 개선에 적극 나설 경우 분위기 반등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화장품업계의 양강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1분기 모두 기대 이하의 실적을 기록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1분기 매출액은 1조8554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5.5%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3785억원으로 9.7%나 급감했다.
LG생활건강은 화장품 사업 매출 8542억원, 영업이익 1768억원으로 각각 전년동기대비 7.2%와 12.4%의 성장세를 이어갔다. 다만 지난해 연간기준 매출과 영업이익 성장률이 24.6%, 42.9%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성장폭이 크게 둔화됐다.
저가 화장품을 판매하는 브랜드숍의 상황은 더욱 좋지 않다. 지난해 브랜드숍 1위에 등극한 아모레퍼시픽의 '이니스프리'는 1분기 매출 1984억원과 영업이익 46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 성장률은 6%였으나 영업이익이 11%나 줄었다. LG생건의 '더페이스샵'은 1분기 매출액이 1561억원으로 전년대비 8.9%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공개하지 않았다.
'미샤'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는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5.7%와 4.2%씩 감소했다. 아모레퍼시픽의 '에뛰드하우스'의 경우 매출은 제자리를 유지했으나 영업이익이 29%나 줄었다.
내수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3월15일부터 중국정부의 한국 관광 금지가 본격화되면서 면세점과 관광상권 등의 매출이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주요 화장품 브랜드는 매출액의 20% 안팎을 면세점에 의존하고 있다.
이와 함께 브랜드숍 시장 자체가 성숙기에 접어든 점도 영향을 끼쳤다. 2~3년 전부터 올리브영을 필두로 한 헬스앤뷰티(H&B) 스토어가 화장품 판매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면서 브랜드숍은 상대적으로 뒤쳐지기 시작했다. 실제로 올리브영은 지난 5년간 연평균 39.4%씩 매출을 키우며 지난해 매출액 1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브랜드숍 시장의 대세 하락과 함께 내수 침체, 사드 보복 여파가 이어지면서 2분기 실적도 먹구름을 피하기는 힘들 전망이다. 박은정 대신증권 연구원은 "2분기는 우려하던 중국인 관광객 감소가 실적에 반영되는 시기"라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모두 감소하며 실적 부진의 정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열린 19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사드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 및 중국과 진지하게 협상하겠다"고 밝히면서 2분기를 바닥으로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기업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줄어들고 경기가 활성화되며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 명동의 한 화장품 매장에서 소비자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