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하다 23개월 된 딸을 잃은 아버지에게 제조업체가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두 번째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1부(재판장 김정운)는 11일 임씨가 세퓨를 상대로 청구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3억692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지연손해금 일부를 빼고 임씨의 청구 금액 전액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세퓨가 제조·판매한 가습기 살균제에는 설계상 및 표시상의 결함이 존재한다"며 "이로 인해 사망한 딸과 아버지 임씨가 손해를 입었으므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살균제에 하자가 있어 이들에게 손해가 발생했다고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세퓨는 지난 2011년 도산해 피해자에게 실제 배상이 이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 회사 오모 전 대표도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다.
임씨는 2014년 8월 다른 피해자 15명과 함께 세퓨와 옥시레킷벤키저, 한빛화학, 홈플러스 등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이후 세퓨를 제외한 모든 업체가 조정에 합의하면서 임씨만 남게 됐다.
다만, 재판부는 국가로 낸 손해배상 청구에 대해선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패소판결을 선고했다. 이날 재판에서도 제조업체의 손해배상 책임은 인정하되, 국가의 책임은 없다는 판단을 견지한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0부(당시 재판장 이은희)도 지난해 11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10명이 세퓨와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가습기 살균제 사용과 피해자들의 사망 상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해 세퓨가 총 5억4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으나 마찬가지로 국가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3부(당시 재판장 심우용)도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4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의 주의의무 위반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해 현재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사건과 관련해 현재 중앙지법에는 총 16건의 민사소송이 제기돼 10건이 진행 중이다.
서울법원종합청사. 사진/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