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이틀째인 11일에도 소통과 탈 권위, 통합 행보를 적극 이어갔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권위적 대통령 문화를 청산하겠다. 국민들과 직접 소통하겠다”는 각오를 밝혔고, 실제 취임 첫날 야당 당사부터 방문하고, 국무총리 후보자를 직접 국민에게 보고하는 파격을 선보인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쯤 서울 홍은동 사저에서 출근했다. 청와대 관저가 미처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방탄차량을 타고 청와대로 향하던 문 대통령은 빌라 단지 입구에 20여 명의 주민과 지지자들이 모여 있는 것을 발견하고 차에서 내려 이들에게 다가갔다.
문 대통령은 주민들의 손을 잡으며 “(강화된 경호로) 불편하셨죠”라고 인사를 건넸고, 쇄도하는 ‘셀카’ 촬영 요청에도 응했다. 경호원들은 문 대통령 주위를 정리하는 수준으로 경호하면서 몰려드는 시민들을 지나치게 통제하지 않았다. 심지어 주영훈 경호실장이 대통령과 시민의 기념사진을 직접 찍어주기도 했다.
전날 문 대통령은 취임식 직후에도 경호상 위험을 무릅쓰고 시민들과 적극적인 스킨십을 진행하고 차량 선루프를 통해 상반신을 내밀어 길가의 시민들에게 인사를 했다. 대통령을 수행하는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시민들이 계신데 문 닫고 그냥 못 가겠다는 대통령의 평소 성품”이라며 “처음에는 (자동차) 창문만 열고 인사하다 나중에 안되겠다고 하면서…. 대통령이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문 대통령은 전날 황교안 국무총리와 오찬을 한 것에 이어 이날은 신임 민정·인사·홍보 수석비서관 및 총무비서관과 격려오찬을 갖고 청와대 경내 산책과 차담회 등을 진행했다. 전임 정부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참모진의 독대여부가 언론에서 화제가 된 것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특히 오찬장에서도 탈 권위적인 모습은 이어졌다. 문 대통령의 양복상의 탈의를 한 청와대 직원이 도우려고 했지만, 대통령은 이를 만류하고 스스로 옷을 벗어 의자에 걸쳐놓았다. 또 대통령이 의자에 앉는 것을 기다리지 않고 한 참모는 미리 좌석에 착석했고, 다른 참모는 전화로 업무를 봤다. 조국 신임 민정수석 정도만 대통령의 착석에 맞춰 자리에 앉아 눈길을 끌었다.
청와대는 이날 오후 새 정부 출범에 따른 청와대 직제개편안도 의결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청와대 직제개편 방향에 대해 “부처별 대응시스템으로 갈 것”이라며 “부처 자체를 청와대가 장악하지 않겠다는 취지가 제일 크게 들어가 있다”고 설명했다. 즉 ‘통치하되 군림하지 않겠다’는 자세로 풀이된다.
언론과의 소통도 부쩍 늘어났다는 후문이다. 한 청와대 출입기자는 “청와대가 거의 1시간 단위로 브리핑을 쏟아내고 있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의 4년과 다르게 너무 활기차 따라가기 힘들 지경”이라고 전했다.
대통령의 대리인격인 임종석 실장도 이날 온 종일 여의도 국회에 머물면서 국회의장단과 각 당 주요 인사들에게 인사를 다니며 국정운영 협조를 부탁했다. 오전 10시30분 바른정당 소속 박주선 국회부의장 예방을 시작으로, 오후 4시30분 박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까지 강행군을 이어갔다.
1966년생으로 올해 51세인 임 실장은 정치 후배를 자처하며 “선배님들에게 많이 배우겠다. 잘 부탁드린다”고 연신 허리를 굽혔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개혁적이고 키 크고 잘생긴 우리 아우”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임 실장도 “국회와의 소통 창구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며 “잘 지도해 달라”고 몸을 낮췄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당 대표 권한대행은 임 실장의 학생운동 전력을 겨냥해 “NL(민족해방)과 PD(민중민주)계가 청와대에 포진된 게 아닌가 얘기가 나온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임 실장은 "한국당에서 우려 목소리를 전해주신 것을 잘 듣고 있다”며 “야당의 목소리는 더 크게 듣겠다”면서 고개를 숙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후 청와대 소공원에서 신임 민정·인사·홍보수석비서관, 총무비서관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