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전시행정으로 전락한 청년 창업지원 제도

입력 : 2017-05-15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정재훈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지 일주일이 지났다. 대통령 궐위 기간이 길었던 만큼 문 대통령은 청와대 조직개편과 인선은 물론 산적한 현안을 신속하게 해결해가는 모습이다. 이 가운데 특히 눈에 띄는 게 있다. 바로 취임 첫날 1호 업무 지시였던 '일자리위원회' 설치다. 청와대에는 '일자리수석'도 신설했다. 추경 10조원 편성도 발표했다. 
 
이처럼 대통령이 발 벗고 나설 정도로 현재 우리 사회가 겪는 일자리 문제는 심각하다. 특히 청년 일자리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지난 11일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달 청년실업률은 11.4%로 4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실 청년 일자리 문제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과거 정부들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쏟아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그동안 정부가 중점을 둬온 정책 가운데 하나가 '청년창업지원'이다. 양질의 일자리가 없다면 창업을 통해 직접 일자리를 만들라는 것이다. 나아가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기술 벤처기업이나 스타트업을 적극 육성해 미래 성장 동력으로 키우겠다는 방침이었다. 직전 박근혜 정부에서도 '창조경제'라는 미명 아래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설치한 바 있다. 이외에도 중소기업청이 경북대학교 산학협력단에 운영을 맡긴 스마트벤처캠퍼스 등 청년창업을 지원하는 기관이나 정책은 많다.
 
문제는 청년창업지원이 특정 정권의 정책 홍보수단으로 전락하거나, 내실보다는 숫자에 집착하는 보여주기식 전시행정에 그친다는 것이다. 실제 스마트벤처캠퍼스와 창조경제혁신센터 등의 청년 지원 내용 가운데 중복되는 부분이 많다. 한 청년창업자는 "창업을 준비하며 정부의 창업지원 정책들을 찾아봤는데, 지원 기관과 정책이 생각보다 많아서 놀랐다"라며 "같은 내용의 제안서를 여러 기관에 제출했는데, 모든 기관에서 지원 대상자로 선정돼서 그 중 한곳을 골라 지원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비슷한 청년창업지원 기관과 정책이 난립하다보니 부작용도 우려된다. 기술과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스타트업의 특성상 초기 정부의 집중 육성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구조에서는 유사한 업종이나 기술을 가진 청년창업기업이 경쟁하는 일도 발생할 수 있는 셈이다. 이 청년창업자는 "사실 내가 생각한 아이디어가 흉내내기 어려운 기술은 아니다. 누가 먼저 시제품을 개발해 시장을 선점하느냐가 중요한데, 비슷한 스타트업들이 난립해 경쟁하는 꼴이 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청년창업지원 기관들은 '청년 CEO 몇 명 배출' 등 성과 보여주기에 급급하는 모습이다. 중복되는 지원정책을 일원화하는 동시에, 청년창업자 입장에서 바라본 실효성 있는 정책이 자리 잡기를 바란다.
 
정재훈 기자 skjj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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