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주말인 13일 공식 일정을 잡지 않고 대선기간 자신을 밀착 취재했던 기자, 이른바 ‘마크맨’들과 북악산 산행에 나섰다. 국민들은 문 대통령의 적극적인 소통 노력에 환호했지만, 마크맨의 한 사람이었던 나는 씁쓸했다. 청와대에 출입 등록된 매체 소속이 아니라는 이유로 TV화면으로만 등산을 지켜봐야 했기 때문이다.
물론 한 정당의 대선후보와 대통령을 동일 선상에 놓고 볼 수는 없다. 의전이나 경호문제로 취재가 제한될 수 밖에 없으며, 인수위원회도 없이 직무를 시작한 청와대 실무진이 이 문제까지 챙기기에는 여력이 없을 것이라는 점도 십분 이해한다. 그러나 새 정부가 출범해 각종 발표들이 쏟아지는 이 중요한 시기에 기존 청와대 등록 언론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취재 자체가 봉쇄되는 현실은 심정적으로 받아들여지지가 않는다. 특히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비판적이었다는 이유로 청와대 등록 신청마저 원천봉쇄됐던 매체 소속이기에 더욱 그렇다.
언론은 국민의 눈과 귀가 돼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견제하는 소임이 있다는 점에서 '4부'로 불린다. 이렇게 막중한 사명을 가진 언론이 권력과 유착하거나 권력의 통제를 받는 순간 국민에게 어떤 해악을 끼치는 지는 우리 국민 모두가 경험한 바다.
이명박 정부는 ‘프레스 프렌들리’를 내세웠지만, 자신에게 유리하고 정권 입맛에 맞는 보수언론에만 친화적이었다. 정권에 충성하는 낙하산 사장을 내려 보내고, 정권에 할 말을 하던 언론인들은 몰아냈다. 해직 언론인들은 아직도 복직을 못하고 있다. 자신에게 비판적인 언론사는 청와대 문턱을 넘을 기회조차 부여하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는 전임 정부의 언론통제 기조에 충실하면서 여기에 ‘불통’까지 추가했다. 보안을 전가의 보도로 사용해 ‘엠바고’(보도유예)를 남발하며 언론을 컨트롤 했다. 정상적인 기자회견도 없었지만, 기자들 역시 ‘꿀먹은 벙어리’처럼 질문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지난 10일 내정된 서훈 국정원장 후보자가 “국정원장이 되면 여러분 뵙기 힘들 텐데 질문이 더 없느냐”고 기자들에게 말한 모습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 동안 비판정신이라는 송곳니를 잃고 청와대에 통제되고 길들여진 언론의 현실을 가감 없이 보여줬다.
문 대통령에게는 다양한 적폐청산 과제들이 주어져 있다. 그 가운데 언론개혁도 중요한 한 축이다. 그 시작은 바로 지난 9년간 망가진 춘추관 시스템 회복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단순한 복원이 아닌 지금 시대에 걸 맞는 방식으로 원칙을 갖고 발전시켜야 한다.
우선 굳게 닫혀 있던 춘추관의 문호부터 활짝 열어젖히기를 바란다. 부득이 제한이 필요하다면 누구나 납득할 공정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 과거 정권들처럼 입에 맞으면 끼워넣고, 아니면 솎아내는 식이어서는 안된다. 사회적 공기로서 소정의 자격을 갖춘 언론 모두에게 평등한 정보접근을 보장해야 공정한 보도가 가능하고 국민 여론이 왜곡되는 일도 줄어들 것이다.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이 말은 청와대 출입기자단 시스템에부터 적용돼야 하지 않을까.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