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원수경 기자] 세븐일레븐이 16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31층에 스마트 무인 편의점 '세븐일레븐 시그니처'를 오픈했다. 현금이나 신용카드, 휴대전화 없이 손바닥 정맥만으로 계산할 수 있는 곳으로 점원도 없다.
손바닥 정맥인식 스피드게이트가 설치된 '세븐일레븐 시그니처' 입구. 사진/세븐일레븐
편의점 입구에 오피스빌딩 입구에서나 볼수 있는 스피드게이트가 설치돼 있다. 이 곳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카드키가 아닌 손바닥이 필요하다. 인식 센서에 손바닥을 올려두면 미리 입력한 정맥 정보를 바탕으로 신원을 확인하고 문을 열어준다.
물건을 고른 뒤 계산대로 가면 점원 대신 터널 형태의 컨베이어 벨트가 기다리고 있다. 무인계산대다. 이 곳에 상품을 올려두면 360도 스캐너가 물건을 인식한다. 스캐너가 바코드를 자동으로 읽어 점원이 하나씩 바코드를 찾을 때보다 계산 속도도 빠르다. 스캔이 완료된 상품은 손바닥 정맥인증을 통해 결제하면 된다.
한 소비자가 '세븐일레븐 시그니처'의 무인계산대에서 손바닥 정맥인식으로 상품을 계산하고 있다. 사진/세븐일레븐
정승인 세븐일레븐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점포를 "세계 최초 핸드페이 결제 편의점이자 국내 최초 무인 콘셉트의 최첨단 스마트 편의점"이라고 설명했다.
세븐일레븐 시그니처의 핵심 기술은 정맥인식·결제 기술인 '핸드페이' 시스템이다. 사람마다 다른 정맥의 혈관 굵기나 선명도, 모양 등의 패턴을 이용한 '바이오페이'의 일종이다. 정맥으로 개인이 확인되면 연계된 카드 정보로 결제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김영혁 코리아세븐 기획부문장은 "현재는 롯데카드 소지자에 한해 정맥 인증과 점포 이용이 가능하지만 7월 말까지 타사 카드와 교통카드(캐시비)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개개인을 인식할 수 있는 핸드페이 기술은 점포 출입 통제에도 사용돼 도난을 방지하는 기능도 수행하게 된다. '스마트 안심 담패 자판기'에도 핸드페이가 적용됐다. 정맥을 통한 본인확인을 거쳐야 해 청소년의 담배 구입을 원천 차단할 수 있다.
'세븐일레븐 시그니처'의 '스마트 안심 담배 자판기'에서 손바닥 정맥인식으로 본인확인을 하는 모습. 사진/세븐일레븐
핸드페이 시스템과 무인계산대 이외에도 자동으로 문이 열리는 전자동 냉장 설비와 전자 가격표, 스마트 CCTV 등도 적용됐다. 점포 관리 직원은 계산 등 단순노동에서 벗어나 발주, 진열, 매장정리 등 중요 업무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세븐일레븐은 7월 말까지 롯데월드타워에 입주한 그룹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시그니처 점포를 시범 운영한 뒤 이후 외부 입주사 직원들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상용화 여부는 롯데 내부 점포를 통해 효율성이 검증된 이후 검토할 예정이다.
이번 세븐일레븐 시그니처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의지가 담긴 곳이기도 하다. 신 회장은 작년 말 미래 핵심전략으로 4차 산업혁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인공지능 등 정보통신 기술을 접목한 유통혁신을 꾸준히 주문해왔다.
정승인 대표는 "미래 편의점은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 그리고 소비자 라이프 스타일에 최적화된 스마트한 쇼핑 환경 구축이 필수 경쟁력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며 "세븐일레븐 시그니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는 최첨단 IT 기술과 시스템을 갖춘 프리미엄 스마트 편의점으로써 우리나라 유통업계에 한 획을 긋는 혁신의 아이콘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