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삼성전자와 인텔이 퀄컴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제기한 미국 연방무역위원회(FTC)의 입장을 지지하고 나섰다. 세계 각국으로부터 불공정거래 조사를 받고 있는 '특허괴물' 퀄컴이 아군 부재로 궁지에 몰린 모습이다. 갑질이 빚은 부메랑이다.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인텔은 퀄컴과 FTC 간 미국 소송을 관할하는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연방법원에 FTC 입장을 뒷받침하는 내용의 진술서를 제출했다.
삼성전자는 진술서에서 "자사는 FTC가 소장에서 밝힌 배타적 행동을 직접 경험했을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해 직접적 피해도 봤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인텔도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퀄컴이 특허권을 남용하고 경쟁을 저해하는 관습을 유지하고 있다"고 폭로 대열에 가세했다.
FTC는 지난 1월 "퀄컴이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에 주로 사용하는 베이스밴드 프로세서(통신칩)를 독점적으로 공급하며 로열티를 높게 받았고, 애플이 다른 칩셋 제조사와 협력하는 것을 퀄컴이 막았다"며 퀄컴을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제소했다. 퀄컴은 이에 맞서 지난달 FTC의 주장이 부당하다며 재판부에 소송 기각을 청구했다.
FTC는 기각 청구에 대한 반론서도 제출했다. 삼성전자와 인텔이 이날 FTC 주장을 뒷받침하는 진술서를 제출하면서 FTC의 입장에 힘이 실리게 됐다. FTC는 "퀄컴은 자사의 독점적 지위를 남용해 애플 등 고객들이 자사칩 대신 경쟁사의 통신칩을 구매할 때 과다한 로열티를 지불토록 했다"며 "또 퀄컴은 경쟁사가 프랜드(FRAND, 공정·합리·비합리) 조건에 따라 라이선스에 접근하는 것을 계속해서 거부하는 등 소장 기각 요청이 거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퀄컴은 세계 최대의 모바일 칩 제조사로, 기술 특허를 통해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휴대전화 제조사들에 칩을 판매하며 일정 부분의 특허료를 낼 것을 강요, 이득을 챙기는 행위로 비판을 받아왔다. 이로 인해 국내에서는 지난해 12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1조300억원의 사상 최대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퀄컴은 지난 2월 과징금 부과 취소 소송을 서울고법에 냈다.
이외에도 퀄컴은 유럽연합(EU), 대만 등 세계 각국의 당국으로부터 불공정거래 관련 조사를 받고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 1월 애플로부터 10억달러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당했다.
삼성전자와 인텔이 퀄컴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제기한 미국 연방무역위원회(FTC)의 입장을 지지하고 나섰다. 사진/뉴시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