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몰아주기' 메스댈까…식품업계 '오너가' 긴장

규제 강화 가능성 고조, 공정위 "거론 조심스럽다"

입력 : 2017-05-19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변화 기류에 식품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재계 저격수로 불리는 시민운동가가 공정위 위원장으로 내정되며 '일감 몰아주기' 규제 사각지대에 있던 식품회사들도 안심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초대 공정위 위원장에 김상조 한성대 교수(경제개혁연구소장)가 지명되면서 주요 식품회사들은 공정위발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식품업계 내 횡행하던 '일감 몰아주기'와 오너가 사익 편취 등에 대한 대대적인 규제 강화가 추진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공정위는 '일감 몰아주기' 사전 규제 대상을 자산총액 10조원 이상의 대기업으로 상향 조정해 비판을 받은 바 있다. 5조원 이상의 기업진단 역시 사후 규제 대상에 여전히 포함되긴 하지만 '경제민주화' 기치와 역행하는 법 개정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특히 식품업계의 경우 CJ와 롯데 계열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업체들이 자산총액 5조원 미만으로 중견기업으로 분류돼 법망을 교묘하게 피해왔다. 실제 주요 식품회사들이 개인회사나 다름없는 포장지·원료회사 등을 계열사로 두고 노골적인 '일감 몰아주기'가 만연해왔지만 대부분 규제 대상에서 제외돼 왔고, 이를 제재할 마땅한 수단이 없었던 게 사실이다.
 
이에 정치권 및 일각에선 주요 식품회사들을 직접 거론하며 불투명한 소유지배구조, 일감몰아주기 등에 대한 관리·감독이 확대돼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기도 했다.
 
신임 공정위 위원장으로 내정된 김상조 교수 역시 이같은 비판적 견해를 유지해왔다는 것은 주목할 부분이다.
 
김 교수는 과거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재산 증식과 편법 증여, 경영권 승계의 수단이 되는 일감몰아주기 관행에 대해서는 아직 사각지대가 많다"며 "보다 광범위한 제재를 위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식품업계를 직접 거론하지 않았지만 오너가 자재들의 개인회사에 일감을 몰아주고 나아가 '승계'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빈번한 식품회사들을 겨냥한 발언이나 다름없었다.
 
그가 수장으로 있던 경제개혁연구소 역시 올해 초 농심(004370), 오뚜기(007310) 등 공정거래법상 대규모기업집단 이외 중견기업에서 일감몰아주기 및 회사기회유용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 경제개혁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대규모기업집단 이외 집단에서의 일감몰아주기등 사례분석'에 따르면 중견 식품기업 상당수가 일감몰아주기 의심 사례가 지적됐다.
 
특히 농심은 일감몰아주기 의심 사례로 가장 많은 6개사가 지목됐다. 당시 연구소는 농심의 포장지 제조회사이자 계열사인 '율촌화학'을 비롯해 쌀 제분업을 영위하고 있는 '농심미분'과 라면스프를 만드는 '태경농산' 등에 대해 일감몰아주기 사례를 지적했다.
 
일감몰아주기법 취지가 오너 사금고로 활용되는 계열사들을 제재하겠다는데 있는 만큼 현행 대기업 위주의 법 적용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올수밖에 없는 이유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 확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공정위측은 아직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현행 법령에 따라서는 자산총액 10조원 이상의 대기업집단이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라며 "정해진 법적 기준에 따라 규제 대상을 한정하고 있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규제 확대를 거론하긴 조심스럽다"고 밝혔다.
 
그러나 식품업계는 공정위의 기조 변화에 예의주시하며 숨죽이고 있다. 이미 자산총액이 5조원이 웃돌아 사후 규제 대상에 포함됐던 하이트진로(000080)의 경우 총수일가의 지분이 99.91%에 달하는 비상장기업 서영이엔티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제재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여기에 신임 공정위 위원장 취임 후 규제 대상이 확대가 검토되거나 식품업계 전반으로 조사가 이뤄질 경우 무더기 제재 조치가 나올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규제 대상이 아닌 중견기업의 경우 상대적으로 감시가 덜한 비상장사를 이용한 부정 행태가 계속해 일어나고 있다"며 "김 내정자가 이에 비판적 시각을 유지해온 인사인 만큼 공정위에 입성할 경우 어떤 식으로든 감독 기능이 강화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일감 몰아주기 사례가 지적된 농심과 오뚜기 본사. 사진/각 사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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