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고혈압과 25년 흡연 경력이 있는 검찰 수사관이 승진 탈락 후 뇌내출혈로 쓰러졌더라도 '공무상 질병'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임수연 단독판사는 검찰공무원 문모씨가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공무상요양불승인처분취소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고 21일 밝혔다.
재판부는 "지난해 승진을 앞둔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받아 온 것으로 보이는 문씨가 과중한 업무로 인해 뇌출혈이 발생했다고 주장하지만 직접 시간과 노력을 들여 집행 업무를 수행하는 실무자가 아니고 실무자들이 행한 업무를 보고받고 지시하는 관리자였다"며 "직접 본인의 노력과 시간을 쏟아붓고 빈번히 과로했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문씨는 이미 여러 검찰청에서 집행 과장을 맡아 왔던 경력이 있고 대검찰청 사무감사를 받는 것도 처음이 아니었다"며 "문씨에게 뇌출혈이 발생한 것은 원래 고혈압이 있었고 오랜 기간 흡연양도 상당한 점에 비춰 승진 탈락 소식을 듣고 충격을 이기지 못한 점이 인정되더라도 뇌내출혈의 주된 원인은 기존 질환인 고혈압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이어 "여러 번 승진에서 탈락해 승진에 대한 스트레스가 있었을 것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어느 조직이든 일부 구성원만 승진하는 구조에서 승진 탈락에 따른 충격과 고통은 개인이 감내해야 하는 부분"이라며 "따라서 문씨에게 발생한 뇌내출혈과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없고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결했다.
검찰 수사관인 문씨는 지난해 7월 사무실에서 쓰러져 뇌내출혈 진단을 받자 과중한 업무와 승진 스트레스 때문에 병이 생겼다며 공무상 요양승인 신청을 했다. 하지만 공무원연금공단은 문씨에게 고혈압과 흡연 경력이 있었고 뇌출혈 발병과 공무 사이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불승인했다. 이에 문씨가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