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전 노예사건 업무 부담에 경찰관 자살, 법원 "업무상 재해"

사망 직전 달에 시간외 근무 34시간…"죽을 정도로 힘들다"

입력 : 2017-03-19 오전 9:00:00
[뉴스토마토 홍연기자] 염전 노예사건 이후 약 1개월간 수색 업무를 수행하던 경찰관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유진현)는 전북 정읍경찰서 아동청소년계 소속 이모 경찰 부인이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보상금 부지급처분 취소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9일 밝혔다.
 
정읍경찰서는 염전 노예 사건이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고 대통령의 특별지시가 있자 장기실종자 유입 예상장소 총 369개소 중 43개소를 대상으로 2월 12일부터 같은 달 23일까지 총 14명의 인력으로 수색하는 내용의 '실종자 수색 발견을 위한 민관 합동 일제수색 계획'을 수립했다.
 
이씨는 2014년 2월 정읍경찰서 아동청소년계로 인사발령을 받고, 실종·가출 업무를 단독으로 담당했다. 그는 이 부서에 근무하는 40여 일 동안 29건의 가출인 신고 접수를 받고 7차례 출동해 수색활동을 했다. 그는 당시 국민적 관심이 높았던 염전 노예 사건으로 인해 개인이 감당하기에 과다하다고 할 수 있는 업무량 증가를 경험했으며, 퇴근 후에도 실종 가출인 발생 연락이 와서 출근했다. 지속적인 불면과 초조 증상을 보였던 이씨는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들고, 직장을 그만두고 싶다는 말을 아내에게 했다. 사망 이틀 전에도 불면증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던 이씨는 같은 해 4월 1일 자신의 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씨의 부인은 과중한 업무 수행과 극심한 스트레스로 자살에 이르렀다며 유족보상금을 신청했지만, 공무원연금공단은 “이씨의 자살은 기질적 소인과 개인적 성향에서 비롯한 것”이라며 보상금 지급을 거부했다. 이에 김 경감의 부인은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이씨가 자살 직전 극심한 업무상 스트레스와 정신적 고통으로 인해 우울증이 악화돼 자살에 이르렀다"며 "업무와 사망 사이의 상당한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행정법원청사. 사진/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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