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정말 이러다가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될 거 같아요”
지난해 서울시 청년활동지원센터 개소식에서 만난 한 청년이 답했다. 요즘 어떻게 지내느냐는 질문에 돌아온 건 자조 섞인 한탄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대한민국의 청년들은 너무도 힘이 든다. 통계청은 확인사살이라도 하듯 매달 청년실업률을 발표한다. 지난달 청년실업률은 11.2%로 4월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누구도 이런 현실을 부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정부 통계치가 너무 낮다고 말한다.
이 시대의 청년은 누구인가. 단순히 경제활동 가능인구가 되려고 애쓰는 이들일까. 또는 생물학적 나이로 19세를 넘어선 누군가를 지칭할까. 청년은 대한민국의 한 축을 구성하는 ‘국민’인 동시에 ‘미래’다. 그렇기에 청년이 무너지면 대한민국이 흔들리고, 미래가 암울해지는 이유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대한민국 청년을 돌보지 않는다. 기업과 정부, 국회는 ‘청년을 응원한다’고 요란하게 외칠뿐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 청년이 텅텅 빌 정도로 한 번 해보라’며 청년들에게 중동진출을 제안했다. 고통은 고스란히 청년들의 몫이다. 대학입시를 위해 평생을 달려온 청년들은 오늘도 취업이란 또 다른 트랙 위를 달리고 있다.
쉼 없이 내달리는 청년에겐 잠깐의 휴식이 필요하다. 그것은 ‘복지’라는 너무도 당연한 ‘권리’를 누릴 때 비로소 가능하다. 이 같은 사실을 알기에 박원순 서울시장은 청년활동지원사업(청년수당)을 추진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이번 대선에서 청년구직수당을 공약했다.
당사자인 청년들도 자신들을 위한 복지정책을 요구한다. 지난 3일 청년유니온과 민달팽이유니온 등 27개 청년단체가 모여 결성한 ‘2017 대선 청년유권자행동’은 청년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이들은 3개의 청년정책 입법과제와 10대 정책과제를 제안했다. 10대 정책과제로는 ▲학자금 대출이자 지원 ▲한국형 갭이어 도입 ▲구직촉진수당 지원 ▲주거바우처 도입 ▲공공기숙사 공급확대와 주거공동체 활성화 등 대다수의 청년들이 마주한 현실이 투영된 결과물이다. 설문조사에서 청년들은 ‘구직촉진수당(14%)'을 가장 선호했다.
지난 19일 서울시는 올해 청년수당 대상자 모집을 마감했다. 청년 8329명이 청년수당을 신청했다. 신청자 중에는 지난해 시와 정부의 갈등으로 1회분밖에 지급받지 못해 피해를 본 청년을 비롯해 아르바이트할 시간을 줄여 취업에 매진하려는 청년 등 저마다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대상자로 선정될 청년은 비록 5000명에 불과하지만, 부디 이들만이라도 자신들의 권리를 마음껏 누리길 바란다.
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