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신동빈 롯데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진들의 지지를 등에 업으며 개혁 드라이브를 본격화 할 수 있게 됐다.
22일, 롯데그룹 및 일본 언론에 따르면 롯데홀딩스 이사진들은 최근 이사회를 열고 '현 신동빈 경영 체제 지속'을 결의했다.
신 회장이 지난달 17일 '최순실 게이트' 관련 뇌물 공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지만, 롯데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진들이 그의 경영권 유지를 변함없이 지지한 셈이다. 이에 따라 롯데의 경영투명성 제고 등 주요 개혁과제 추진도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홀딩스는 롯데 일본 계열사의 지주회사일 뿐 아니라 한국 롯데의 지주회사인 호텔롯데의 지분 19%를 보유한 롯데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이다. 롯데그룹의 호텔롯데 상장을 필두로 한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도 결정적 열쇠를 쥐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이미 지난 17일엔 쓰쿠다 다카유키 롯데홀딩스 사장이 산케이 신문 인터뷰에서 "(신동빈 회장) 불구속 기소로 일본 경영에도 악영향이 우려되지만 경영의 축이 흔들리지는 않는다"며 신뢰를 나타내기도 했다. 일본에서 보내준 이 같은 지지는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선, 글로벌 경영 재개, M&A 등 투자 재시동 등 과제가 산적한 신 회장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이번 이사회가 열리기에 앞서 지난달 말, 신 회장은 출국금지 조처가 풀리자마자 일본 출장길에 올라 홀딩스 이사진과 투자자들에게 한국 사법제도의 무죄 추정 원칙, 불구속 상태여서 한·일 통합 경영에 문제가 없다는 점, 재판에서 성실히 소명해 무죄를 밝히겠다는 점 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진들이 신 회장의 이같은 호소와 설득을 받아들여 그의 경영권을 재차 인정해준 셈이다. 이에 따라 다음달 하순 열릴 예정인 롯데홀딩스 주총에서도 이사진 복귀를 노리는 형 신동주 전 부회장을 저지하는 데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됐다.
신동빈 회장이 최근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분할합병 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지배구조 개선 작업도 한층 힘이 실릴 전망이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23일 롯데의 분할합병과 관련 주주총회 결의금지 등 가처분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신 회장이 한·일 양국에서 경영권 지지를 얻고 있는만큼 큰 견제가 되진 못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신 회장의 글로벌 경영 행보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은 출국금지가 풀리자마자 일본에 이어 장기 출장으로 미국행을 선택하며 밀린 현안 챙기기에 나선 바 있다. 이달 첫 주 황금연휴 기간을 활용해 미국에서 엑시올사, IBM, 허쉬, 크레디트스위스, 노무라, JP모건, 씨티 등 글로벌 기업 경영진들과 잇달아 미팅을 갖고 투자 확대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위기 상황에 맞닥 뜨린 중국사업 복구를 위한 행보도 가시화 될 전망이다. 신 회장은 사드발 위기 이후 출국금지 조처까지 길어지며 중국의 위기상황을 현장에서 챙기지 못하고 보고에 의존해왔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새 정부의 중국 특사 파견 등 양국간 갈등 해결을 위한 노력이 이어지며 신 회장도 중국 정부 고위관계자 등 과의 접촉을 위한 출장 일정을 조율 중인것으로 알려졌다.
한·일 양국을 오가는 이른바 '현해탄 경영'도 재가동할 전망이다. 특히 오는 6월 열리게 될 일본 롯데홀딩스 정기주주총회에 참석할 것으로 관측된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한일 롯데를 아울러야 하는 신 회장에게 가장 중요한 회사 중 하나인 만큼 직접 나서 챙길 가능성이 크다.
한편 롯데그룹은 신 회장의 글로벌 경영이 재가동되며 한 시름 덜게 됐다. 미뤄뒀던 굵직한 M&A는 물론 대규모 투자 유치 등에 신 회장이 주도적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한·일 양국에서 신 회장을 중심으로 한 현 경영체제에 대한 신뢰를 재확인한만큼 경영투명성 제고 등 그룹의 주요 개혁과제 추진을 차질없이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