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유통업계가 최근 사활을 걸고 있는 복합쇼핑몰 확장 경쟁이 전면 제동 위기에 놓였다. 반면 소상공인과 영세상인들은 '골목상권 부활'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10일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가운데 공약으로 내세웠던 유통산업 규제가 본격 예고되며 유통업계는 바짝 긴장한 모습이다.
실제 새 정부의 유통산업 규제법안은 롯데·현대·
신세계(004170) 등 '유통 빅3' 를 정조준 하고 있다. 최근 유통업계가 불황의 탈출구로 '대형 복합쇼핑몰'에 초점을 맞추고 각축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규제 대상에 적용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유통업계는 이미 지난해부터 신세계 스타필드 하남을 비롯해 롯데몰 은평, 현대 프리미엄아울렛 송도점 등을 오픈하며 복합쇼핑몰 격전을 예고한 바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들 '유통 빅3'는 올해 잇따라 대형쇼핑몰을 차례로 열 계획이다. 또한, 향후 3년 내 선보일 대규모 쇼핑몰 단지 등을 수도권 중심으로 개발을 추진하며 복합쇼핑몰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질 전망이다. 그룹의 신성장동력을 복합쇼핑몰에 두고 있는 신세계는 스타필드 하남의 성공에 힘입어 올해 문을 열게 되는 스타필드 고양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여기에 2019년에는 '스타필드 송도'의 건립을 추진하며 복합쇼핑몰을 중심으로 한 본격적인 영토 확장에 나설 계획이다.
롯데도 지난해 말 롯데몰 은평을 오픈하며 복합쇼핑몰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 더해 롯데는 인천터미널 일대와 송도, 상암 등지에 복합쇼핑몰 건립을 계획하고 있다. 특히 송도와 대구는 이미 신세계와 현대 등이 터를 잡았거나 들어올 예정이라 유통 3사의 치열한 격전이 예상된다.
현대백화점(069960)그룹은 복합쇼핑몰 형태의 아웃렛을 중심으로 영역을 넓혀나갈 계획이다. 올해 초 서울 송파구 내 가든파이브에 시티아울렛을 새롭게 오픈할 예정이며, 2019년에는 현대프리미엄 아울렛 남양주점과 동탄점(가칭)을 선보인다. 이어 2020년에는 서울 여의도에 서울 최대 백화점을 완공할 계획으로 올해를 기점으로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유통 기업들이 대규모 복합쇼핑몰에 공을 기울이는 이유는 최근 답보상태에 빠진 백화점 매출과 국내외 경제불확실성과 무관치 않다. 특히 복합쇼핑몰의 경우 다양한 시설 등을 활용해 고객들의 체류시간을 늘려 매출 증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유통업계의 이같은 욕심이 지역 상권과 빈번한 마찰을 빚으며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는 우려도 꾸준히 제기됐다. 실제 부천 신세계복합쇼핑몰의 경우 건립 '결사반대'를 외치는 인근 상인들이 '끝장 투쟁'에 나섰고, 롯데 상암쇼핑몰은 지역상인과 서울시까지 가세하며 행정소송에 돌입하는 등 파국으로 치닫는 중이다.
새 정부 역시 '골목상권 보호'를 줄곧 외친만큼 복합쇼핑몰을 중심으로 한 유통업계의 영토확장에 적잖은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특히 대형마트와 준대규모 점포로 분류되는 기업형슈퍼마켓(SSM)과 달리 월 2회 의무휴업 규제에서 빗겨났던 복합쇼핑몰이 의무 휴업 대상에 새로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복합쇼핑몰 입지도 제한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영업을 보장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스타필드 확장에 가하고 있는 신세계그룹과 복합쇼핑몰 출점을 지속하고 있는 롯데 등 유통 대기업들의 상권 확장이 억제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새 정부의 핵심 공약인 만큼 출범 이후 유통업계 규제는 더욱 강화되지 않겠느냐"며 "복합쇼핑몰은 쇼핑객보다 가족 단위로 주말이나 쉬는날에 찾아 즐기고 먹고 가는 경우가 많은데 규제가 능사일지 모르겠다"며 하소연했다.
반면 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들은 골목상권 불활을 내심 기대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10대 공약을 통해 소상공인의 전통적인 사업영역을 보호라는 대전제 아래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제 도입을 약속했다. 그 일환으로 카드 수수료를 1.3%에서 1%로 0.3% 포인트 줄이고 골목 상권 내 소비 촉진을 위해 연 4조원 규모의 복지 수당을 골목상권 전용 화폐로 지급한다는 공약도 내세웠다.
롯데 상암 복합쇼핑몰 반대 투쟁 중인 최태규 망원시장 상인회장은 "새 정부가 골목상권에 많은 관심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 전통시장과 영세상인들의 기대감도 크다"라며 "대기업의 무차별 상권 확장으로 영세상인들의 생존권이 보호받지 못하는 만큼 지속적인 관심과 의지를 갖고 규제 정책을 펼쳐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오픈한 롯데몰 은평점 전경. 사진/롯데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