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원수경 기자] 이랜드가 37년간 키워온 브랜드의 힘으로 위기를 넘고 있다. 그룹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다양한 자산을 매각하는 가운데 토지나 건물 보다는 알토란 같은 브랜드의 저력이 더 빛을 발휘했다는 평가다.
1980년대 이화여대 앞에서 작은 옷가게로 시작한 이랜드는 그 동안 다양한 브랜드를 키워오며 메가브랜드도 다수 육성해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티니위니'다. 티니위니는 곰돌이 캐릭터를 바탕으로 중국에서 큰 사랑을 받은 브랜드로 올 초 중국 여성복 업체에 8770억원에 매각됐다. 티니위니의 순자산 장부가액은 1200억원 규모로 매각차익이 무려 7500억원에 달한다.
최근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지분 100%를 7000억원에 매각키로 한 모던하우스도 매각 차익이 6360억원에 달한다. 모던하우스는 이랜드가 1996년부터 키워온 국내 1세대 라이프스타일숍 형태의 브랜드다.
이랜드는 티니위니와 모던하우스, 유휴 부동산 매각을 통해 지난해 300%였던 그룹의 부채비율을 200%까지 낮출 수 있게 됐다.
과거에도 이랜드는 다양한 사업 영역의 브랜드 콘텐츠를 매각하면서 선제적이고 과감한 사업 포트폴리오 전략을 구상해왔다.
지난 2011년에는 이랜드리테일이 보유하던 킴스클럽마트를 신세계 이마트에 2315억원에 매각하고 이를 모두 차입금 상환에 사용한 사례도 있다. 당시 시장에서는 이랜드리테일이 주력사업이 아닌 킴스클럽마트를 처분함으로써 주력사업에 집중할 수 있고 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될 것이라는 평가가 있었다.
이랜드가 알짜 부동산을 매각하고 효자 브랜드를 매각하는 것은 콘텐츠에 대한 성공의 과실이자 미래 콘텐츠 강자가 될 것이라는 자신감 덕분이다.
현재 이랜드는 69개의 패션 브랜드와 18개의 외식 브랜드, 전국 23개 체인망을 보유한 켄싱턴 호텔·리조트와 전국 51개 유통점, 스포츠팀 서울이랜드FC와 이랜드크루즈, 테마파크 이월드 등 패션과 외식 이에외도 엔터테인먼트 브랜드까지 보유하고 있다.
스포츠 브랜드 뉴발란스를 제외하면 전부 직접 키운 브랜드들이다. 일반 패션 대기업들이 자사 브랜드 중 30~50% 이상을 해외 라이선스 브랜드로 채우는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이랜드 관계자는 "트렌드에 맞춰 다양한 사업 영역에서 브랜드를 직접 론칭해왔으며 그것들이 꾸준히 성장해 밑거름이 되고 있다"며 "티니위니가 중국인의 큰 사랑을 받아 이랜드의 곁을 떠났지만 그 뒤를 잇는 제2, 제3의 티니위니는 여전히 성장 중"이라고 말했다.
특히 한국에서 사업을 접고 2005년 중국에 상륙한 스코필드는 중국 백화점에 입점하여 명품 못지 않은 대접을 받고 있다. 전문직 직장 여성 고객을 메인 타깃으로 가격대는 정장 한 벌에 5000위안(한화 82만원)으로 중국 백화점 내에서도 고가 브랜드로 자리를 잡았다. 스코필드는 지난해 30개 매장에서 2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상해의 대표적인 백화점 빠바이반에서는 여성복 매출 1위 자리에 올랐으며 올해 1분기에는 점당 매출이 20% 성장하기도 했다.
여성복 이랜드도 중국 시장에서 지난해 연매출 4000억원을 돌파했다. 캐주얼 SPA 브랜드 스파오는 지난해 국내 매출이 3000억원을 넘어섰으며 여성복 SPA 브랜드 미쏘와 슈즈 SPA 브랜드 슈펜도 매출 1000억원대 브랜드에 합류했다.
이랜드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다양한 브랜드에 대한) 러브콜이 끊임없이 오고 있다"며 "이번 기회에 이랜드는 콘텐츠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여 더 큰 도약을 이뤄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랜드의 신발 SPA 브랜드 '슈펜'의 중국 상하이 매장 모습. 사진/이랜드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