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원석 기자] 500억원대 금연치료제 화이자의 '챔픽스'가 필름형 의약품으로 개발된다. 지갑 등에 간편하게 넣어다니다가 물 없이 복용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다양한 제형의 금연치료제가 출시돼 소비자의 약물 선택권이 다양해질 것으로 보인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씨티씨바이오(060590)는 정제(알약) 챔픽스를 필름형로 제형 변경한 제품을 개발 중이다. 챔픽스의 일부 성분을 변경해 개발한 필름형 복제약의 유효성(약효)과 안전성(독성)을 확인하는 내용의 임상시험을 최근 신청했다.
챔픽스는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전문의약품 금연치료제다. 바레니클린 성분이 뇌의 니코틴 수용체에 직접 작용하면서 흡연 욕구를 줄여준다. 2014년에는 연 매출이 40억원대에 불과했지만 정부가 금연치료제의 약값을 지원하는 정책 수혜를 입어 실적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정부는 금연치료를 희망하는 흡연자의 금연치료제 본인부담금을 20%까지 낮췄다. 지난해 챔픽스의 실적은 500억원대로 전년비 2배 늘었다.
필름형 의약품은 셀로판과 같은 얇은 막 형태로 혀에서 녹여먹는 제품이다. 휴대가 편리하고 복용이 편리하다는 게 장점이다. 대표적으로 발기부전치료제에 적용되면서 인기를 끌었다. 발기부전 외에도 감기, 멀미, 치매, B형간염 질환 치료제로도 개발되고 있다. 씨티씨바이오는 필름형 의약품 제조기술로 잘 알려진 업체다. 챔픽스의 시장 규모가 커서 필름형 복제약으로 개발하면 시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흡연자는 흡연을 질병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질병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알약을 복용하는 일부 환자들은 복약순응도(복용법을 잘 따르는 정도)가 떨어진다"며 "필름약은 치료제라기보다는 보조제로 보는 소비자 인식이 강해 금연치료제와 잘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씨티씨바이오는 챔픽스 필름형 복제약의 개발을 완료하면 국내 제약사들에게 판권을 넘길 예정이다. 씨티씨바이오뿐만 아니라
유한양행(000100),
대웅제약(069620),
한미약품(128940) 등 20여개 국내사들도 챔픽스 복제약을 개발하고 있어 시장 선점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다만 복제약을 출시하기 위해선 특허를 회피해야 한다. 챔픽스의 특허가 2020년까지 연장돼 복제약의 상용화를 막고 있다. 화이자는 챔픽스의 성분 발명에 대한 원천특허(물질특허)를 2018년 11월에서 2020년 7월까지 연장시켰다. 챔픽스의 특허 기간은 1년8개월 정도 늘어났다. 씨티씨바이오를 비롯해 내년 복제약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10여개 국내사들은 화이자를 상대로 특허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국내사가 승소하면 내년 출시가 가능하지만, 패소 시에는 2020년까지 복제약 출시가 늦춰진다.
또다른 관계자는 "필름약은 간편하다는 게 장점이지만 정제보다 가격이 많이 비싸면 소비자들에게 외면을 받을 수 있다"며 "챔픽스의 복제약을 출시와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