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활동비 자체삭감한 청와대…"가족 식대도 대통령 월급서 공제"

5월 기준 127억원 중 74억만 사용…삭감액은 일자리 창출 등에 활용
문 대통령, 인권위 위상강화 지시 "특별보고 정례화, 권고 기관 수용률 향상"

입력 : 2017-05-25 오후 5:25:24
[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청와대가 대통령의 판공비 성격인 특수활동비·특정업무경비의 자체 삭감과 투명한 사용에 나선다. 이같은 움직임이 일선 부처로 확산될지 주목된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25일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첫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이 보고됐다고 발표했다. 5월 기준 청와대 특수활동비·특정업무경비 잔액 127억원 중 74억원만 사용목적에 부합하는 곳에 아껴서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나머지 53억원은 청년일자리 창출과 소외계층 지원 예산 편성에 사용된다.
 
특수활동비는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수사, 이에 준하는 국정수행 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를 말하며 특정업무경비는 수사·감사·예산·조사 등 특정업무수행에 소요되는 경비를 의미한다. 두 예산은 필요성과는 별개로 현금으로 지급되고 사후 영수증 처리도 하지 않는 탓에 목적에 맞게 사용되는지 알 수 없다는 비판이 그간 제기되어 왔다. 청와대의 이같은 조치는 '비리의 온상'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특수활동비 제도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관행적으로 특수활동비를 통해 제공되는 것으로 알려졌던 대통령 가족 식비도 문 대통령 월급에서 차감된다. 이정도 청와대 총무비서관은 “대통령 취임 직후 관저에 가족식사 대장을 비치했다”며 “외부 공식일정 외 식사·간식 등의 비용을 구분해 대통령 급여에서 공제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산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개선도 이뤄진다. 이 비서관은 “기획재정부 예산집행지침 규정을 준용해 대통령비서실 자체지침과 집행계획을 수립, 내부통제를 강화할 것”이라며 “감사원의 특수활동비 증명지침에 따라 증빙서류를 작성해 사후관리도 강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절감 기준을 내년도 예산 요구에서도 동일하게 적용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에 따라 내년도 특수활동비와 특정업무경비 요구액은 올해(162억원)보다 50억원 삭감한 112억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 대변인은 “개선 모범을 보이는 차원에서 청와대만 시행하는 것”이라면서도 “전반적인 특수활동비 개선이 이뤄지도록 하자는 시도”라며 타 정부부처로의 확산을 기대했다.
 
이날 수석·보좌관 회의에서는 이밖에 최근 주요 경제상황과 한미정상회담 준비상황 등이 보고됐다. 평창동계올림픽 준비상황 점검 및 지원방안과 일자리 추가경정예산 편성도 논의됐다. 일자리 추경과 관련해 문 대통령은 “추경안 작성과 제출을 차질 없이 준비해 6월 국회에서 처리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회의는 자유로운 분위기 속 ‘받아쓰기와 정해진 결론’이 없는 가운데 진행됐다고 박 대변인은 전했다. 그는 “대통령이 ‘회의가 지시사항 전달이 아니라 많은 의제들을 공유·논의해 결정하는 회의체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회의에 참석한 다른 참모들도 “사전에 토론을 조율하지 않겠다”(임종석 비서실장), “경제문제라고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평상의 느낌과 감각으로 무엇이든 말해 달라”(장하성 정책실장)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위상을 높일 방안을 마련할 것도 지시했다. 조국 민정수석은 "문 대통령이 인권위의 대통령 특별보고를 정례화 할 것과, 인권위로부터 권고를 받은 각급 기관의 수용률을 높일 것을 함께 지시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이같은 지시는 새 정부가 '촛불혁명'으로 탄생했으며, 이에 따라 이전 정부가 보여온 '인권 경시' 모습과 결별해야 한다는 당위성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조 수석은 "인권위 권고 핵심사항에 대해 불가하다며 부가적인 부분만 수용하는 '무늬만 수용', 인권위 권고에 대해 수용 여부를 회신하지 않는 행태, 각급기관이 제출한 이행 계획을 실행하지 않는 사례 등을 근절할 것을 대통령이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의 이같은 지시 이유에 대해 조 수석은 "인권변호사 출신인 대통령은 권력기관 운영이 인권위가 요구하는 정신에 기초해 이뤄지지 않았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왼쪽 첫번째)이 25일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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