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대선기간 중 가장 시급한 과제로 일자리 문제를 제시한 가운데 후속조치들이 속속 이어지고 있다. 보여주기에 그치는 것이 아닌, 가시적 성과를 내기 위해 정책 집행과정에서 세부조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24일 청와대 여민관 내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했다. 대선기간 중 “대통령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걸어놓고 직접 매일매일 점검하겠다”고 약속한데 따른 것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일자리 100일 플랜’을 발표하고 취임 직후 시작할 13개 과제를 제시했다. 대통령 직속 국가일자리위원회 설치를 통한 일자리 중심의 행정체계 확립과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특별조치 시행,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 10% 이상 추진 등이 포함됐다.
첫 번째로 제시했던 국가일자리위원회 설치는 취임 당일인 지난 10일 첫 번째 업무지시를 시작으로 구성작업에 들어갔다. 이날 일자리상황판 설치는 문 대통령의 두 번째 공약 이행이다. 상황판에는 일자리의 양과 질을 대표하는 일자리지표 14개와 노동시장과 밀접한 경제지표 4개 등 총 18개 지표가 표시된다. 문 대통령은 “청년 실업률이 올해 4월 기준 11.2%로 외환위기 때와 비슷한 정도”라며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은 일자리로 시작해 일자리로 완성될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와 여당을 가리지 않고 일자리 문제 해결이 우선과제라는 공감대는 형성된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이달 초 시행한 ‘차기 정부 핵심과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49.3%가 민생·경제회복이 우선 해결되어야 한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의 또다른 국정 아젠다인 적폐청산과 개혁(26.1%)을 두 배 가까이 앞지른 수치다.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은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좋은 일자리를 창출해서 성장을 견인하고 양극화를 극복하면 국민통합이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민주연구원과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내 새로운대한민국위원회는 최근 공동 발간한 보고서에서 “적폐청산과 개혁을 통한 근본적인 국민통합을 추진하는 문재인 정부의 개혁 드라이브가 강해질수록 개혁으로 위기감을 가진 기득권층의 저항이 격화될 가능성이 상존한다”며 “통합·민생과의 균형점을 찾으면서 국가 개혁을 추진하는 것은 매우 지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적시했다. 일자리 문제에 관심을 쏟는 것이 역으로 개혁동력 확보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일부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10조원 규모의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에 정부·여당이 계속 관심을 쏟는 이유도 여기 있다. 박춘섭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은 이날 서울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열린 국정기획자문위원회(자문위) 업무보고 후 기자들과 만나 “일자리 추경안의 국회 제출 시기에 대해 최대한 빨리, 6월 임시국회 안에 낼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는 (자문위 측의) 당부가 있었다”고 말했다. 대선기간 중 민주당 경제공약 수립에 관여한 한 인사는 “세금이 많이 걷혀 재원도 충분하며, 추경에 대한 큰 그림도 이미 기재부가 갖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책의 속도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방향의 적절성 여부도 감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시내 한 경제학과 교수는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을 놓고는 아직까지도 논란이 있는 만큼 우선순위를 정해 복지·안전 분야부터 먼저 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일자리 관련 정책을 다룰 청와대 일자리·경제수석에 누가 임명될지도 관심이 모아진다. 이들 수석을 총괄하는 정책실장에 지난 21일 장하성 고려대 경영대 교수가 임명된 가운데 빠르면 이번 주 중 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적임자를 놓고 막판 고심이 이어지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 집무실에 설치된 대한민국 일자리상황판을 보며 추진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왼쪽부터 문 대통령,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전병헌 정무수석,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김수현 사회수석.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