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수연기자] 일반 휴대폰에는 대부분 탑재돼 있는 스팸 문자메시지(SMS) 차단 기능이 애플 아이폰에는 없어 이용자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올해부터 등록할 수 있는 스팸번호를 200개 이상으로 늘리는 등 휴대폰상의 스팸 차단 기능을 강화하고 있지만, 아이폰에는 기본적인 스팸 번호 신고 기능 조차 없다.
아이폰 헤비 유저인 권강희씨는 “매일 4~5건의 스팸 문자가 날라오는데 이를 일일이 삭제하는 것도 번거로운 일”이라며 “자주 가는 아이폰 관련 온라인 모임에서도 스팸에 대한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인터넷상에는 아이폰에 스팸차단 기능이 없는 데 대한 불만의 목소리와 함께 스팸 차단 기능 애플리케이션을 문의하는 네티즌의 요구가 쏟아지고 있다.
네이버 카페의 ‘아이폰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한 게시판에서 아이디 ‘아이폰2광팬’은 “아이폰 스팸문자 어플이 절실하다”며 “단순히 문자열 필터링, 번호 필터링만이라도 좋으니 스팸문자 어플을 개발해달라”고 토로했다.
아이디 ‘대구선비’도 “스팸차단 어플이 나오면 가격이 얼마든 무조건 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응용프로그램을 사고 팔 수 있는 온라인 장터인 애플 앱스토어에는 ‘스팸 문자메시지 차단’ 애플리케이션은 찾아볼 수 없다.
이에 대해 아이디 ‘로엥’은 “애플이 인정하지 않은 기능을 사용했다는 사유로 스팸차단 애플리케이션은 제작해도 앱스토어에서 등록을 거부한다는 얘기도 있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방통위 한 관계자는 “현재 국내 스팸 신고 서비스는 휴대폰상에서 스팸문자로 등록하면 한국인터넷진흥원으로 보내지게 되는 메커니즘으로 작동하는데 애플사가 이를 거부했을 수 있다”며 “통화기록 삭제가 되지 않는 것처럼 애플이 자사 개인정보 정책에 따라 SMS에 대한 애플리케이션 접근을 하지 못하도록 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애플은 이에 대해 “관련 사항에 대해 어느 것도 말할 수 없다”는 태도다.
현재 애플리케이션 암시장에서 거래되는 ‘엠클리너(MCleaner)’, ‘블랙리스트(iBlackList)’ 등의 문자 스팸 차단 프로그램이 있지만, 이 기능을 구현하려면 아이폰 ‘탈옥’(불법으로 해킹)을 감행해야한다. 그러나 이른바 '탈옥'을 하게 되면 애플의 사후서비스(AS) 대상에서 제외된다. 애플리케이션 가격도 무료가 아니고 12달러, 우리돈으로 13000원정도를 지불해야 한다.
더구나 올해 방송통신위원회가 스팸 방지 정책을 크게 강화하면서 하반기부터 출시되는 국내 제조사의 휴대폰에는 스팸번호를 200개 이상으로 지정할 수 있게 하는 등 한층 강화된 스팸 차단 기능이 적용될 예정이다.
이는 권고사항이지만 노키아 등 일부 해외 업체를 제외한 국내 제조사는 모두 따르기로 했다. 2월 출시되는 해외 업체인 모토로라의 국내 첫 안드로이드폰 ‘모토로이’에도 스팸 문자메시지 차단 기능이 탑재될 예정이다.
모토로라 관계자는 “SK텔레콤이 스팸 차단 기능을 요구함에 따라 기능을 탑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KT(030200)가 애플과 불리한 협상을 추진하면서 이용자 보호를 소홀히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통신사나 각 개별 국가 소비자들이 원하는 기능을 따로 탑재해 다른 버전의 아이폰을 내놓지 않는다는 게 애플의 정책일뿐더러 그러지 않아도 애플은 시장점유율을 차지 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도대체 KT가 제안한 사항 중 애플이 들어준 것이 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KT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협상과정상의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할 수 없다"며 "KT는 제조사가 아닌 사업자여서 이 문제에 대해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