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정운 기자]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2금융권은 초조한 기색이 역력하다. 공약으로 내세운 법정 상한금리 인하 추진에 힘이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앞서 대선공약을 통해 대부업 최고금리를 이자제한법 상 이자율(연 25%)로 일원화 하고 전체 내는 이자가 원금을 넘지 못하게 제한하겠다고 했다. 또한 임기 중으로 2금융권 법정최고금리를 단계적으로 연 20%까지 낮추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2금융권 금융사들은 시장의 수익성 악화가 예상됨에 따라 대출 장벽이 높아져 오히려 서민 취약계층의 경제적 부담이 높아질 수 있다고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카드·캐피털·저축은행·대부업체 등 2금융권 금융사들이 일반적으로 수익성 개선을 위해 연체와 부도율이 높은 저신용 등급 소비자의 대출 공급을 우선적으로 줄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풍선효과에 따라 제도권 금융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서민들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대부업계 등 2금융권에서는 우리나라보다 먼저 법정최고금리를 인하한 일본의 경우 이로 인한 불법 사채시장의 급성장, 자영업자의 몰락, 불법 추심으로 인한 사회 문제 발생과 같은 부작용이 나타났다고 주장한다. 일본은 지난 1983년 대금업법 제정 당시 연 73%였던 상한금리를 지난 2006년 연 20%까지 낮춘 바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일본의 사례를 볼 때 무리한 정책 추진은 금융 취약층이 제도권 금융에서 보호받지 못하고 불법 사금융에 노출될 소지가 크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근본적인 금융정책을 생각해보면 법정상한금리 인하 정책의 본래의 취지는 서민들의 경제적 부담 완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법정 상한이자율이 내려간다면 채무자들의 월별 상환금액이 그만큼 줄어들게되고 이에 따라 실질적인 부담을 덜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따라서 단지 금융사들이 대출을 축소하는 요인으로 작용해 서민들의 자금줄이 막힐 수 있다는 단면만을 주장하는 것은 금융기관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망각한 행태로 보일 수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대부업체들이 주장하는 정부의 상한 금리인하로 소비자들이 불법 사금융을 찾게 된 것이 아니라 상한금리 인하를 소급 적용하면서 대부업체들이 문을 닫게 된 영향이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금리인하가 아니라 정부의 강경한 정책도입 과정의 문제가 더 컸던 것이다. 대부업체에서는 이를 금리인하의 문제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금융사라면 정부가 복지 개선을 위해 추진하는 서민지원 정책에 대해 수익성만을 우려할 것이 아니라, 서비스 채널의 다변화를 통한 사업의 다각화를 추진해 4차산업혁명에 따른 디지털 시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사업성을 강화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해 보인다. 또한 정부도 이를 위한 적폐 청산과 과도한 규제를 완화하는 시장 친화적인 유인책도 마련돼야 한다.
이에 대해 한 2금융권 금융사 대표는 긍정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A저축은행 대표이사는 "금리인하 정책의 취지는 바람직한 것으로 본래의 목적대로 추진해야된다"며 "다만 약자를 보호할 수 있는 충분한 금융 지원망과 저신용자들의 자금 융통처인 2금융권도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선행돼야한다"고 말했다.
서민들의 빚 부담을 덜어주는 법정상한금리 인하는 국민복지 차원에서도 당연히 필요한 조치이다. 하지만 정부가 모든 국민들의 빚 부담을 다 덜어줄 수는 없다. 따라서 2금융권 금융사들은 없어서는 안되며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그 역할을 인정해줘야 한다. 금융사들도 수익성만을 따지고 볼 것이 아니라 사회적 책임감을 가지고 금리인하 정책에 부응해야 할 것이다. 이제 시대가 달라졌다. 서민들과 금융사 모두 상생할 수 있는 법정상한금리 방안이 도입되기를 기대해본다.
이정운 기자 jw891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