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서훈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는 29일 “국정원은 정권을 비호하는 조직이 아니다”며 “앞으로 국내 정치와 완전히 단절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서 후보자는 이날 오전 국회 정보위원회 인사청문회 모두발언을 통해 “국정원은 그동안 국내 정치 개입 논란으로 인해 국민적 신뢰와 지지에 위협을 받고 있다”며 “오직 국가와 국민에 헌신하는,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구성원 스스로 자랑스러워하는 국가정보기관으로 완전히 거듭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당초 이날 청문회는 서 후보자가 신고한 보유재산 35억여원 형성과정에 대한 야당의 집중 검증이 예상됐다. 그러나 서 후보자가 “맞벌이 부부로 펀드투자 수입이 있었다”, “재산증식 과정에서 위법이나 편법은 없었다”며 적극 해명하고 관련 자료를 제출해 신상털기가 아닌 정책 위주로 차분하게 진행됐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보수성향 정당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기간 공약한 ‘국내 정보수집 업무 폐지’에 대한 서 후보자 입장을 집요하게 물었다. 서 후보자는 “국내 정보와 해외 정보를 물리적으로 구분하긴 어렵다”며 “문 대통령이 반드시 없애겠다고 하는 것은 국내 정치와 관련된 정보수집 행위, 선거개입, 민간인 사찰 등 행위”라며 대공수사를 위한 통상적인 국내 정보수집까지 원천 배제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 지난 박근혜 정권에서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 ‘필리버스터’를 하면서까지 반대했던 테러방지법에 대해서도 “국정원 입장에서 현존하는 법은 이행하는 게 맞다”며 “당시 우려됐던 것은 민간인에 대한 사찰과 기본권 침해에 대한 것”이라며 폐지에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민주당과 국민의당 의원들은 국정원의 댓글여론조작, 보수단체 지원, 남북정상회담 녹취록 유출, 서울시 간첩조작 등 국내 정치개입 사례들을 언급하고 국내파트의 철저한 개혁을 주문했다. 서 후보자는 “국정원 직무범위에 대한 엄격한 해석이 필요하고 그 해석을 뒷받침할 수 있는 세부 규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며 “거기서 어긋나는 부분들을 계속 잘라나가는 일을 몇 년간 하면 관행과 제도로 정착될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한편 국정원 쇄신과 관련해 여당은 대대적인 물갈이를 주문하고, 야당은 경계하는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박근혜 정부 청와대 일개 비서관이 국정원 인사에 영향을 미쳤다는 이야기가 있었다”며 “하면 안 되는 일을 행한 세력에 대해 철저한 단죄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보위원장인 한국당 이철우 의원은 “역대 정권이 바뀌면 국정원 조직이 대폭 바뀌었다. 김대중 정부로 바뀌고 수많은 사람들 해직된 적이 있다”면서 “이번에도 그런 일이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많다”고 경계했다.
서훈 국가정보원장 후보자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