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카드수수료 인하 정책 '빈익빈 부익부'

매출 3억~5억원 사업자, 수수료 절반 감소…181만 영세업자는 동결

입력 : 2017-06-04 오후 12:47:27
[뉴스토마토 이종호 기자] 문재인 정부가 오는 8월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결정했지만 181만 영세자영업자의 수수료 인하 혜택은 없고 매출 3억~5억원을 올리는 가맹점이 가장 큰 혜택을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8월부터 최저 수수료율 0.8%를 적용받는 영세가맹점 기준을 2억원 이하에서 3억원 이하로 넓히고 1.3%를 적용받는 중소가맹점 기준도 현행 2억~3억원에서 3억~5억원으로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현재 1.3% 수수료율을 적용받는 연 매출 2억~3억원 사이 가맹점 19만 곳은 수수료율이 0.8%로 내려간다. 연 매출 3억~5억원인 가맹점 25만 곳은 2.5%였던 수수료율이 절반가량인 1.3%로 크게 낮아진다. 제도 변경으로 국내 약 260만개 신용카드 가맹점 중 연 매출 2억~5억원 사이의 가맹점 44만 곳이 수수료가 내려간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해 지급수단 이용행태 조사 결과 신용카드 사용비율 54.8%를 구간별 매출액 최대치에 곱해 신용카드 매출을 산출해 계산한 결과 매출이 높은 가맹점일수록 혜택은 더욱 크게 받는 것을 나타났다.
 
연 213만7200원의 가맹점 수수료를 부담하는 연 매출 2억~3억원인 가맹점의 수수료가 연 131만5200원으로 82만2000원 감소해 한 달에 10만9600원의 수수료가 인하된다. 1년에 685만원을 부담했던 연 매출 3억~5억원의 가맹점은 수수료가 356만2000원으로 대폭 낮아져 한 달에 29만6833원으로 절반 가량 감소하는 혜택을 받는다.
 
반면, 연 매출 2억원 이하의 181만 영세 가맹점은 수수료 변동 없이 0.8%로 유지돼 1년에 87만6800원 한 달에 7만3066원의 가맹점 수수료를 부담해야 한다.
 
이러다 보니 정작 영세사업자에 대한 혜택은 없고 카드사들의 순이익만 감소로 고객 혜택을 축소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카드업계는 이번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연 3500억원 가량의 수익이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카드사의 수익 감소는 결국 ▲카드 소비자 혜택 감소 ▲대출영업확대 ▲카드사 구조조정 등의 문제로 이어진다. 특히 금융당국이 카드 소비자 혜택 감소와 대출영업확대에 제동을 걸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결정은 카드사의 숨통을 조이고 있어서 카드사의 불만은 커질 수밖에 없다.
 
카드사 관계자는 "연 매출 3억~5억원 이상인 자영업자보다는 연 매출 2억원 이하의 영세자영업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며 "이번 수수료 인하는 상대적으로 매출이 높은 가맹점에 혜택이 돌아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서 열린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일자리 100일 계획' 언론설명회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종호 기자 sun126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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