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기본료 1만1천원 폐지'의 오해와 진실

기본료 폐지 둘러싸고 정부 대 업계 '기싸움'…기본료 폐지되면 이통사 적자?

입력 : 2017-06-07 오후 4:39:08
[뉴스토마토 유희석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약한 ‘통신기본료 1만1000원 폐지’를 둘러싸고 약속을 지키려는 정부와 밀리지 않으려는 이동통신사업자간 기 싸움이 치열하다. 정부와 여당, 시민단체 등은 가계 통신비 부담이 너무 크다고 주장한다. 이통사들은 이에 맞서 기본료가 폐지되면 실적 하락과 함께 차세대 통신망(5G) 투자 여력도 없어진다는 논리를 편다. 급기야 지난 6일에는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미래창조과학부의 통신비 인하 방안이 부실하다며 업무보고를 거부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기본료가 폐지되면 정말 이통사 실적이 적자로 돌아설지, 가계 통신비 인하에는 실질적 도움이 될지 등의 궁금증을 질의응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통신 기본료란?
기본료는 통신망 구축 초기 통신사업자들의 설비 설치비 보존을 위해 도입됐다. 소비자의 통신서비스 사용량과는 무관하게 징수되는 고정비다. 1996년 2월 이전에는 기본료가 2만7000원에 달했으나, 꾸준히 낮아져 2011년 9월 이후 1만1000원(LG유플러스는 1만900원)으로 유지됐다.
 
 
모든 요금제에 기본료가 포함되나?
아니다. 요금제는 크게 선불제와 후불제로 나뉜다. 선불제는 자신이 미리 충전한 요금만큼 사용하는 방식으로 가입비와 기본료가 포함되지 않는다. 후불제는 다시 표준요금과 정액요금으로 나뉜다. 표준요금은 기본료와 사용량만큼 내는 통화료로 구성된다. 정액요금은 일정 사용량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서만 추가 요금을 내는 방식이다. 이통사들은 정액요금에는 기본료가 포함되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정액요금에도 기본료가 포함됐다고 판단한다. 알뜰폰 사업자 요금제에는 기본료가 포함되지 않는다.
 
기본료 폐지되면 이통사는 적자? 
우선 이통사들의 기본료 매출을 살펴봐야 한다. 지난 4월말 기준 국내 이동통신 가입자는 약 6225만명이다. 중복 가입자와 외국인 때문에 우리나라 인구보다 훨씬 많다. 이 가운데 기본료가 포함된 후불제 가입자는 5793만명이며, 기본료가 없는 알뜰폰 사용자를 제외하면 5300만명 정도가 기본료 납부 대상이다. 이들이 모두 기본료 1만1000원을 낸다면 이로 인한 연간 매출은 7조원을 웃돌게 된다. 지난해 이통 3사의 영업이익 합계(3조7222억원)를 두 배 이상 상회하는 막대한 금액이다. 이를 근거로 이통 3사는 기본료 인하를 필사적으로 반대한다. 하지만 기본료 폐지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이통 3사의 마케팅비용에 주목한다. 통신사업자들이 작년에만 7조6000억원 이상 사용한 마케팅비용을 줄이면 기본료가 완전히 폐지돼도 적자 걱정을 덜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서울의 한 휴대전화 판매점. 사진/뉴시스
 
기본료 폐지로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통신사는?
SK텔레콤이다. 후불제 요금제 가입자만 2636만명에 이르며, 4세대(LTE) 가입자 비율도 79%로 이통 3사 가운데 가장 낮다. 2세대와 3세대 가입자만을 대상으로 기본료가 폐지돼도 피해가 가장 크다. 반면 LG유플러스는 LTE 가입자 비중이 90% 정도로 2·3세대 기본료만 폐지되면 피해가 가장 적을 전망이다. 알뜰폰 사업자들은 기본료 폐지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기본료 폐지로 이통 3사의 통신 요금이 낮아지면 알뜰폰은 가입자 감소가 불가피하다.
 
기본료 폐지되면 가계 통신비 부담 낮아질까?
확답할 수 없다. 기본료가 폐지되면 이통 3사가 이를 메우기 위해 다른 명목으로 통신비를 올리거나 소비자들에게 돌아가는 각종 멤버쉽 혜택을 줄일 가능성도 있다. 이에 시민단체들은 기본료 인하나 폐지 이후에 이통사들의 요금제 운영을 감시하는 정부 기구 설치를 주장한다.
 
유희석 기자 heesu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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