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통신비 절감 공약 '난항'

기본료 폐지 방안 찾기 '골몰'…업계 반발도 여전

입력 : 2017-06-11 오후 4:06:31
[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가계통신비 절감 공약 이행이 초반부터 난항에 빠졌다. 문 대통령은 ▲기본료 폐지 ▲분리공시제 도입 ▲지원금상한제 조기 폐지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업계의 반발에 부딪혔다.
 
 지난 10일 서울시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연수원에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미래창조과학부 업무보고가 진행됐다. 사진/뉴시스
 
가장 큰 화두는 기본료 폐지다. 공약 이행 관철을 주도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기본료 폐지의 범위에 대해 2세대(2G)와 3세대(3G) 요금제, 4세대(4G)의 일부 요금제로 규정했다. 특히 2G와 3G의 월 기본료 1만1000원을 폐지해 소외계층 및 저소득층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다.
 
이통사들은 새 정부 눈치를 보면서도 반대 전선을 명확히 했다. 2G와 3G 가입자는 약 900만명으로 추산된다. 이들의 월 기본료 1만1000원을 폐지할 경우 이통3사의 예상 매출 감소액은 약 1조원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본료를 폐지해 매출이 감소하면 이통사들은 단말기 지원금을 줄이거나 다른 서비스 요금을 올리는 방식으로 만회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법적 근거가 없어 시장 자율을 침해한다는 지적도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도 난처하기는 마찬가지다. 미래부는 지난 10일 국정기획위에 통신료 인하 방안을 보고했지만, 다시 보고를 올려야 한다. 이개호 국정기획위 경제2분과 위원장은 "미래부가 굉장히 고심한 건 사실이지만 아직 미흡하다"며 "보편적 인하방안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어 시일이 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알뜰폰의 지원을 강화해 경쟁을 활성화하자는 의견도 있다. 알뜰폰은 이통사의 통신망을 빌려 쓰면서 이통사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통신 서비스를 제공한다. 업계 관계자는 "제4이통사 설립이 어렵다면 알뜰폰을 더 살리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도 "알뜰폰의 활성화를 통해 기본료 폐지 이상의 통신료 부담 경감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분리공시제는 시장 영향력이 큰 삼성전자가 반대 입장이다. 단말기 지원금은 제조사와 이통사의 지원금을 합해 결정된다. 이를 제조사와 이통사 몫으로 구분해 공개하면서 투명성을 강화하고 통신료 부담을 줄이자는 것이 분리공시제 도입의 취지다. 삼성전자는 국내 지원금이 공개되면 해외 통신사들도 같은 조건을 요구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달 방송통신위원회에 시장 안정화를 위해 분리공시제가 필요하다며 찬성 입장을 전달해 대조를 보였다. LG전자는 제조사와 이통사들이 유통점에 지급하는 판매장려금도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통사들은 마케팅 전략의 핵심인 판매장려금 공개는 반대하고 있다.
 
지원금상한제 조기 폐지는 상대적으로 반발이 덜하다. 지원금상한제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의 일몰 조항으로, 오는 10월부터 폐지될 예정이다. 국회에는 지원금상한제 폐지와 분리공시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한 단통법 개정안이 다수 발의돼 있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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