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원수경 기자] 4년만에 경영현장에 복귀한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CJ제일제당을 통해 1조원에 육박하는 대규모 투자 물꼬를 텄다. 이 회장이 지난달 CJ블로썸파크 개관식에서 2020년까지 36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이후 나온 첫번째 대형 투자결정이다.
CJ제일제당은 12일 국내외 식품·소재 등 주력사업 확대와 경쟁력 강화를 위해 9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국내에 세계 최고 수준의 최첨단 식품생산기지를 건설하고, 해외에는 글로벌 1위 식물성 고단백 소재업체 인수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다. 급변하는 국내외 경영환경 속에서 핵심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지속성장이 가능한 사업 포트폴리오로의 진화를 실현하기 위한 결정이다.
김철하 CJ제일제당 대표는 "금번 투자는 이재현 회장의 사업보국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우리의 핵심경쟁력인 식품가공 기술과 생명공학 기술로 식품, 생명공학 분야의 글로벌 넘버원을 향한 도약의 첫 걸음"이라며 "지속적으로 온리원(ONLYONE) 기술 기반의 사업 영역을 확대하여 2020년 그레이트 CJ를 달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은 우선 2020년까지 5400억원을 투자해 충북 진천에 세계 최고 수준의 식품 통합생산기지를 구축한다. 중장기 미래사업 발굴 및 기술 개발의 메카로 육성할 곳이다.
완공 후 연간 생산액은 5000억원, 생산규모는 12만톤에 이를 전망이다. 올해 8월 착공해 내년 10월 본격 가동 예정인 이 공장은 진천 송두산업단지 내 약 10만평 규모, 축구장 46개 넓이로 지어진다. 가공식품 공장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생산공정에는 디지털 자동화 솔루션이 결합된 정보통신기술(ICT)을 적용해 생산성, 품질, 고객만족도를 향상시키는 지능형 생산공장으로 건설한다. 미래 성장 품목인 가정간편식(HMR)을 중심으로 가공식품의 연구개발(R&D) 및 제조 경쟁력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강화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CJ제일제당은 이 공장에서 햇반(컵반), 육가공, 냉동가공식품, 가정간편식 등을 생산한다. 신기술·공법을 적용해 제품을 통합적으로 생산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고 핵심공정 일부를 모듈화해 다양한 제품을 탄력적으로 제조할 수 있는 다품종 대량생산시스템도 구축한다. 혁신적인 포장기술 및 다양한 복합상품 개발, 식품안전 인프라 등으로 차별화된 경쟁력도 갖출 계획이다.
국내 투자에 이어 글로벌 인수합병(M&A)도 적극 추진한다. CJ제일제당은 식물성 고단백 소재 업체인 브라질의 '셀렉타'사를 3600억원에 인수한다. 셀렉타는 식물성 고단백 소재인 농축대두단백(SPC·Soy Protein Concentrate)를 생산하는 글로벌 1위 기업이다. 지난해 매출은 4000억원, 영업이익은 550억원을 기록했다. 37개국 글로벌 영업망을 보유하고 있고 주원료인 대두 주산지에 위치해 물류 경쟁력도 갖췄다.
CJ제일제당은 셀렉타 인수를 통해 식물성 고단백 사료소재 대표 제품인 농축대두단백과 발효대두박을 모두 생산하는 사업 구조를 구축하게 된다. 차별화된 발효·효소 기술력을 토대로 축종별(양돈, 양어, 양계 등) 제품 포트폴리오 확대도 가능하게 된다. 바이오, 생물자원 등 기존 CJ제일제당사업과의 시너지도 창출할 수 있는 경쟁력까지 갖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세계 식물성 고단백 소재 사료시장은 1조6000억원 규모로 최근 5년간 매년 7%씩 증가하고 있다. 주요 제품은 콩 부산물을 발효해 만든 발효대두박과 대두박에서 단맥질만 주요하게 농축한 농축대두단백이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말 베트남에서 첫 해외 발효대두박 공장을 건설하는 등 발효대두박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셀렉타 인수 후에는 생산라인을 증설하고 효소기술을 활용한 생체이용률 개선 제품을 생산하는 등 사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기존 발효대두박 생산기지인 국내, 베트남과 함께 2020년에는 글로벌 식물성 고단백 소재시장에서 매출 8000억원 이상을 달성하고 식품용 농축대두단백(SPC) 등 신규 소재도 생산하며 확고한 1위로 도약한다는 방침이다.
브라질 식물성 고단백 소재업체 '셀렉타' 공장 전경. 사진/CJ제일제당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